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예비타당성(예타) 심의를 재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주요국과 공동 연구개발(R&D) 지원을 이어 가기 위해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면 안 된다. 산업부는 올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3조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R&D 사업 본예타 심의도 받고 있다. 예타 심의를 받는 산업기술 R&D 사업만 20개가 넘는 상황에서 산업기술 R&D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정부와 R&D 기관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이달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2030' 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2030은 국제 공동 R&D를 지원하는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후속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관련 사업이 예타 심의를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산업부는 올해 상반기에 2020~2025년 과제를 담은 '산업기술국제협력 2025'를 추진했지만 본예타 심의에서 탈락했다. 이번에 2021년으로 사업 시작 연도를 늦추면서 예타 심의에 재도전했다.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은 해외 주요국과 공동 R&D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1990년에 시작해 29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몰 사업으로 지정하면서 사업을 신규 기획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은 확보했지만 이후에는 이번 예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명맥이 끊긴다.
이에 대해 다른 국가와 함께 추진하는 국제 R&D 사업을 일몰 사업으로 선정한 것부터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해외 주요국과 이어 오던 공동 R&D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은 독일, 프랑스, 중국 등 14개국과 국제 공동 R&D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 공동사업 예타 면제와 연관한 법 근거도 있다. 국가R&D사업 예타 조사 운용지침 제9조에 따르면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은 예타 조사에서 제외할 수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지침에서 말하는 국가 간 협약·조약은 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는 국제 합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같은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산업부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의 일환으로 예타 면제를 받지 않은 소부장 R&D 사업도 기존 일정대로 예타 심의를 받는다. 소부장 R&D를 집대성한 '소재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 가운데 올해 예타 면제를 받지 않은 과제는 본예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산업부가 제출한 안에 따르면 예타 면제에서 제외된 소재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 과제는 약 3조4400억원 규모다. 이는 예타 면제가 확정된 사업 1조5700억원보다 두 배 넘게 많다. 예타 면제에서 제외된 사업은 2021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예산도 현행보다 삭감될 가능성이 짙다.
산업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예타 심의를 받는 R&D 사업은 22개다. 이 가운데 예타 심의 첫 단계인 예타 대상 선정을 통과한 사업은 6개로, 나머지 16개 사업은 첫 단계부터 탈락할 수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 예타를 준비하려면 투입되는 인력이 많다”면서 “외부 자문단이 학계와 연구계 인사 위주로 선별되다 보니 산업기술 R&D 타당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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