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해, 날씨 하나에 사람 감정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일본 도쿄,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역대 최대 강수량을 연일 경신하며 도시를 삼킬 듯 비가 쏟아진다. 우산은 필수품이 되고 가족과 연인 단위 야외활동도 없어졌다. 저지대에서는 침수피해가 발생했고 교통수단은 버스에서 보트로 바뀌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날씨의 아이'는 날씨가 사람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도로 비를 그치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주인공 '히나 아마노'가 가출 소년 '호다카 모리시마' 의뢰를 받아 맑은 날씨와 행복을 선물하는 이야기다.
날씨는 사람 기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날씨가 맑지 않다면 기분이 좋지 않기 마련이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생체리듬이 변화해 수면장애가 발생하거나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 '콜티솔' 분비를 억제하는 비타민D 합성이 줄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무기력, 피곤, 짜증 등이 쉽게 증가한다.
기온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 사회문화 심리학자 레이 왕을 비롯 중국·미국 공동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22도인 지역 출생자가 이보다 높거나 낮은 지역 출생자보다 △친화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외향성 △개방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진은 온화한 기후 출생일수록 성격이 세심하고 외향적이며 감정적 안정감이 있고 모험심이 강했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혹한의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짙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온이 온화하면 몹시 덥거나 추운 지역보다 야외 활동을 비롯한 모든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가능성도 높아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온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이진 않다. 기온이 비슷하더라도 전혀 다른 성격이 형성된 경우도 있었다. 추운 중국 헤이룽장 성 사람은 집단주의 성향이 있었지만, 미국 노스다코타 주, 미네소타 주 사람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날씨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포함한 인간의 삶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심화와 이에 따른 이상기후로 전 세계 사람 성격이 변화할지 모를 일이다. 단순한 기후변화로 치부해선 안 될 문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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