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통신사업자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망 이용대가 갈등으로 정부에 중재를 요청한 첫 사례다. 글로벌 CP의 통신망 무임승차가 국내 사업자가 감수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방통위가 준비하고 있는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과 국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폭증에도 망 이용대가 협상을 거부하는 넷플릭스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 판단을 내려 달라며 방통위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18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관련 재정을 신청했다”면서 “재정신청 접수 절차를 완료하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라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기간통신사업자, 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여서 모두 재정 대상에 포함된다.
SK브로드밴드가 재정을 신청한 이유는 넷플릭스 국내 트래픽이 급속히 증가, 전송 비용이 급증함에도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넷플릭스 트래픽은 2017년 4월부터 현재까지 2년 반 만에 약 15배 폭증했다. 1년에 2~3배 증가하는 추세다.
SK브로드밴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 도쿄를 잇는 한-일 국제망 용량을 세 차례 증설하며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국내 통신망 용량을 늘리고 비용을 부담했음은 물론이다.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와 SK브로드밴드 IPTV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이용하면 모든 트래픽이 SK브로드밴드 국제망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만 두 차례 국제망을 증설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협상에 임해 달라는 SK브로드밴드의 요청을 모두 묵살했다. SK브로드밴드는 급증하는 트래픽 전송 비용을 계속 부담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 넷플릭스에 1년 동안 모두 아홉 차례 망 이용대가 협상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SK브로드밴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무상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를 캐시서버에 저장하면 국제망을 이용할 일이 줄어 국제망 증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캐시서버는 국내망 증설 비용은 전혀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SK브로드밴드는 반박하고 있다.
방통위는 재정신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재정을 하고,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사정이 있으면 방통위 의결을 통해 1회에 한해 90일 연장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 현안과 맞물려 SK브로드밴드 재정신청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고, 국회에는 노웅래·변재일·박선숙 의원이 글로벌 사업자 망 이용대가 기초자료를 정부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개정안을 제출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캐시서버는 국내 통신망 비용 증가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