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액 삭감한 양자정보통신 테스트베드 예산을 국회가 되살렸다. 예산 규모도 늘렸다. 최종 확정되면 세계 최초의 '전국 단위 개방형 양자정보통신시험망' 구축이 기대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예산 예비심사에서 양자정보통신 테스트베드 예산을 요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결소위에서 90억원과 100억원 두 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청한 60억원을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지만 과방위는 금액을 늘려 예산결산특별위윈회 심의를 요청했다. 정용기·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경진 의원(무소속)이 예산 증액을 주도했다. 예결위에서는 송갑석·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재옥·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예산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관계 기관과 대전·대구·광주 등 지방자치단체도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과방위에 제출한 예산 활용 계획서에서 미국·일본·중국 등 선진국 모두 양자정보통신 테스트베드가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양자정보통신 시장 선도를 위해 양자난수생성기·양자키분배기(QKD)·인크립터 등 장비 기능과 성능, 이기종 장비 간 상호 호환성과 보안성을 시험·검증할 수 있는 환경은 필수다.
장거리 안전성 테스트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EU가 수백~수천㎞에 이르는 양자암호통신망 구축을 추진하는 이유다. 유럽은 기존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가 있지만 이를 1000㎞ 이상으로 확대하는 'EU 오픈 QKD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계획서에는 전국 3개 이상 거점에 이기종 벤더로 전국망(테스트베드)을 구축한 후 상호 호환성을 시험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EU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표준 기반으로 '전국 단위의 개방형 양자정보통신시험망' 구축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대전·광주·대구 등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전국망을 구축하면 소자·부품, 장비, 서비스 등 각 지역의 장점을 살린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광주에서 개발한 양자 소자·부품을 대구에서 시범서비스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
전국 기반의 양자정보통신 시험망이 구축되면 시장이 창출되고 수년간 연구개발(R&D)한 중소기업은 활로를 모색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복수 거점을 잇는 전국 테스트베드는 바람직하지만 특정 거점이나 방식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자정보통신 테스트베드 예산은 예결위를 거쳐 12월 초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양자정보통신은 양자의 물리 특성을 활용해 데이터의 초고속처리(양자컴퓨팅), 정밀수집(양자센서), 안전전송(양자암호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25년에 약 1조4000억원,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표〉전국 기반 양자정보통신시험망 개요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