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우리나라의 불화수소 수입 판도가 급변했다. 일본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에 중국 수입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은 불화수소 원료인 무수불산을 활발하게 제조하면서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도 가능한 나라다. 앞으로 반도체 소재 주도권 싸움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소자업체들은 국내 소재 업체들과 협업을 늘리면서 소재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25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불화수소 수입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세계 각지에서 들어온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는 총 2576만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온 불화수소는 1591만달러로, 전체 60%를 차지했다.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를 중국에서 상당 부분 들여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수입액(5293만달러) 가운데 50.9%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이에 반해 지난해 같은 기간 42%였던 일본산 수입 비중은 4%로 급감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의 제품을 사용하기 어려워지게 되면서, 중국 업체가 수혜를 받은 셈이다. 실제 수출규제 이후 중국 방화그룹, 카이성푸화학 등이 일본 불화수소 회사를 대체할 후보 업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위기를 중국 거래처를 활용해 어느 정도 막아냈지만, 이제 원료 주도권을 쥔 중국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저순도 액체 불화수소와 함께 반도체 공정용 불화수소의 원료인 무수불산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다. 형석과 황산을 반응시켜서 만드는 무수불산은 맹독성이 강하다. 환경 규제 부문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제약을 덜 받는 중국이 이 물질을 활발히 생산한다. 원료를 수입해 정제하는 일본보다 원재료 생산 주도권을 쥔 중국의 태도가 향후 반도체 업계를 위협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소재업체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일본 의존도는 벗어났지만 중국이 자신의 힘과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며 “결국 한국은 중국에게 의존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도 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의 수입 비율과 함께 대만과 미국 등의 비율도 올랐다. 이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90% 이상 점유율을 가진 시장이었지만, 소자업체들이 다양한 나라 거래처를 활용해 부족분을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지난해 7~10월 수입 비율이 5.7%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774만달러를 기록하며 25.3%포인트 증가한 30% 점유율을 차지했다. 미국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입 금액이 10배가량 증가한 103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3분기부터 불화수소 다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램테크놀러지 등 국내 불화수소 제조 기업들이 소자 업체들과 협력하면서 불화수소 부족분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7~10월 반도체용 불화수소 수입 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