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페이스북 본사 임원이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인공지능(AI)대학원을 찾았다. 이들은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고려대가 추진 중인 주요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향후 고려대와 AI분야 공동연구를 희망했다.
이날 만남은 페이스북이 고려대에 요청해 이뤄진 자리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최대 글로벌 기업이 한국 대학에 먼저 연락해 AI 분야 연구를 협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AI가 한국분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술·인재 발굴이 중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AI 분야에서 극로벌 기업의 국내 대학과의 협력 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신설된 국내 AI대학원을 비롯해 관련 학과에 관심이 뜨겁다.
고려대 AI대학원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AI대학원의 연구 방향과 진행 중인 연구주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며 “고려대와 페이스북 간 인턴 제도, 공동연구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서울대, 성균관대도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KAIST는 구글과 함께 AI 교육과정 개발에 착수했다. GIST는 엔비디아와 내년 초 AI 연구센터인 '엔비디아 AI테크센터(NVAITC) 조인트 AI랩'을 설립하고, 공동 연구를 시작한다. 서울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분야 최신기술 교류, 연구에서 협력한다. 성균관대도 글로벌 기업과 연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AI대학원이 문을 연지 반년이 안 된 시점에 일어난 큰 변화다. 정부가 지원하는 AI대학원에 선정되기 위해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탄탄한 AI인재 육성방안을 준비한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5곳의 AI대학원을 선정했다.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AI대학원이 9월 문을 열었다. GIST와 포스텍은 내년 초 개원한다.
국내 AI대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대학에 먼저 문의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다수 해외 기업과 국내 대학이 AI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학과의 협업은 국내 AI연구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내보다 한 단계 높은 AI기술력을 가진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인재 유입, 활발한 공동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 미국, 중국 등에 비해 국내 AI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각에서 국내 데이터와 인재의 해외 유출 우려가 있지만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국내 대학이 빠른 시일 내 기술력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AI 우수 인력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해외 기업과의 공동연구로 우수 인재가 유입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