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다회용기 쓰자는 정부,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이미지 출처=배민상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 출처=배민상회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가 최근 일회용품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배달대행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포장·배달 음식은 단계적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배달음식점 등 자영업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가 상승으로 성장하고 있는 배달업계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인다는 '단계별 계획'을 발표하면서 규제 대상에 포장·배달음식을 포함시켰다. 일회용 식기 제공은 2021년부터 금지하고 용기나 접시는 다회용기 또는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자발적 협약(MOU)을 통한 다회용기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수거 거점을 구축하고 다회용 표준용기를 공급·수거·세척하는 사회 기업을 육성한다. 이 비용을 음식점, 배달업체, 정부 가운데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입 배달기사와 달리 배달대행 기사는 음식을 담은 그릇을 수거하지 않는다. 특정 음식점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귀환 없이 도착지에서 인근 배달 주문을 수행한다. 그러나 용기 수거가 수반되는 다회용기 사용이 의무화되면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음식점 점주는 수거까지 현재 건당 3000원 수준인 배달비용 부담이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난다. 배달음식 가격 인상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성동구의 한 배달음식점 업주는 “배달 전문 음식점은 최소 인력 규모로 운영된다. 단순히 인건비 소폭 상승 정도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커버 지역부터 조리, 배달 프로세스를 다 새로 짜야 하는 규제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진 못하지만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한 배달대행업체 대표는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 문제가 된다는 측면은 동의하지만 현재 배달대행 구조에서 기사들이 수거 업무까지 수행은 불가능하다”면서 “만약을 대비해 새로운 아이템을 고안하고 있지만 당장 적용이 어렵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대행업계 간 형평성 문제도 있다. 취급하는 음식 종류에 따라 규제 체감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 중식 등 국물이 많은 음식 취급 업종은 일회용품 규제의 타격이 크다. 다른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다회용기 취급 가능성이 희박하다. 햄버거 브랜드 배달이 주력이기 때문”이라면서 “규제에 대한 영향은 포장을 준비하는 음식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대행업과 비교해 배달의민족 등 배달 중개 플랫폼은 규제 영향이 적은 편이다. 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등은 배달 대행도 하지만 주 수익원은 플랫폼 광고비다. 우아한형제들은 점진적으로 친환경 정책 대응안을 마련해 왔다. 올해 4월부터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에 일회용 수저 제공 여부 선택 기능을 추가하고, 5월에는 자영업자 물품 쇼핑몰 '배민상회'에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PLA) 소재를 쓴 종이 식품 용기를 출시했다.

국내 월평균 배달대행 건수는 4000만건, 배달대행 사업자 숫자는 2000개, 배달대행 기사 숫자는 15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바로고플렉스 등 일반인 배달대행 인력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급증하는 국내 배달주문 수요를 뒷받침하고 음식점에는 배달기사 고정비용을 줄여 시장 참여자를 늘리는 효과를 내 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4월 발생한 폐플라스틱 수거 대란 발생의 여파에서 기인한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한 후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수거업체들이 단가가 낮은 폐비닐·폐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한 사건이 발단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중장기 정책 추진 방향이며, 당장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회용기 사용에 따른 영세 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에 대해서는 세척시설, 장바구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