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인터넷은 원래 무료'라는 논리로 통신망 이용대가 체계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현실과 다른 논리로 '통신망 투자비 분담'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이하 의견서)와 넷플릭스 관련 SK브로드밴드 재정신청에 관한 논평(이하 논평)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쏟아냈다.
오픈넷은 의견서에서 “인터넷에서 정보전달은 원칙적으로 무료”라며 “인터넷에서는 모든 단말이 다른 단말이 수·발신하는 정보를 서로 전달해준다는 약속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징수할 주체도, 납부할 주체도 없다”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논평에서도 “인터넷에서 금전적 조건, 즉 정보전달료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며 망 이용대가라는 말도 한국 언론과 정부 이외에는 세계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말”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망 이용대가는 법률 용어로 '인터넷전용회선서비스'에 해당된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전기통신사업 회계정리 및 보고에 관한 규정에 따라 4대 기간통신역무 중 '전송역무'에 해당한다. 통신사(ISP)는 법률에 따라 인터넷전용회선서비스 이용약관을 정부에 신고하고 이에 준해 콘텐츠 사업자(CP)와 계약한다. 임의로 만든 용어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낸다. 넷플릭스는 2014년 미국 컴캐스트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용어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망 이용을 위해 CP가 ISP에 대가를 지불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후 넷플릭스는 AT&T,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과 잇달아 망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4대 ISP와 모두 망 이용계약을 맺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구글은 2013년 프랑스 최대 ISP '오렌지(오랑주)'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오렌지는 웹하드 업체 '메가업로드'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이를 중계하는 코젠트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 프랑스 통신규제당국 알셉은 트래픽 교환 비율이 과도하게 비대칭적이라며 코젠트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오픈넷은 또 의견서에서 “망 이용대가 개념은 국내외 CP 정보를 더 많이 이용자에게 전달할수록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시킨다”면서 “CP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사상을 펼치고자 하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금전적으로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오히려 CP다. 구글은 모호한 기준으로 유튜버에 '노란딱지'를 남발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댓글과 실시간검색어 조작을 방치해 표현의 자유를 왜곡했다는 의혹에 직면했다.
반면, 강한 규제를 받는 ISP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거리가 있다. KT가 P2P 사이트 차단조치를 한 적은 있으나, 대법원은 KT 망 관리가 합리적이었다고 판결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군이 옛 소련 핵무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아파넷(ARPANET) 시절에는 인터넷이 무료일 수 있었지만 대용량 동영상이 오가는 시절에는 불가능한 환상”이라며 “국내 유무선 통신설비 신설과 유지보수에 매년 7조원이 넘게 투자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