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약세를 면치 못했던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수출확대 영향으로 내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등 신남방 수출 규모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기며 중국 중심의 한국의 수출 구조가 신남방·신북방 등으로 다변화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년 수출입 평가 및 2020년 전망'을 발표했다. 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10.2% 감소한 5403억달러, 수입은 5.5% 감소한 5060억달러를 기록, 무역수지가 370억달러 흑자를 볼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내년 수출은 3.3% 증가한 5610억달러, 수입은 3.2% 증가한 5220억달러를 기록해 39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반도체와 석유 제품이 전체 수출 감소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을 올해 수출입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수출이 약 600억달러 줄었다”면서 “600억달러 가운데 300억달러는 반도체 가격이 40% 가량 감소한데 따른 것이고, 석유제품과 화학 분야는 원유가격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줄어서 150억달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도체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올해 수출 실적은 다소 부진을 겪었지만 내년에는 세계 경기 개선과 반도체 단가 회복 등 영향으로 증가세로 전환할 것을 전망했다.
무역협회는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의 자동차 수요 증가로 자동차 및 부품 수출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석유 관련 제품은 물량 증가에도 불구, 유가하락으로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쳤다. 디스플레이와 무선통신기기 등도 해외생산 확대와 중국과 경쟁 심화로 감소할 것을 예상했다.
내년 수출 전망을 올해보다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미·중 통상분쟁 등에서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계소비 지연 등 수출 불안 요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간재 수입과 최종재 수출이라는 무역구조를 취하던 중국이 원자재 수입과 중간재 수출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역할을 점차 바꿔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무역협회는 지적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성장 정책 기조가 수출·투자에서 내수·소배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조립·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은 줄고,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강국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중국의 변화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8% 크게 감소했다. 단순히 미·중 분쟁 여파에 따른 경기 둔화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단가 하락 뿐만 아니라 앞서 강조한 중국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2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시장의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올해 큰 폭으로 줄었다”면서 “특히 아세안 지역은 중국과 경쟁이 크게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며 수출비중이 오히려 상승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국의 성장세가 줄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제는 중국에 의존한 무역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전기차처럼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신제품과 성장 동력을 늘리고, 의료·관광·MICE·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해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