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가 해외에 첫 이식된다.
전통 금융서비스를 고수해 오던 대형은행이 이제 핀테크 사업 영역인 간편결제 시장까지 역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중은행이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건 이례다.
해외에 먼저 진출한 핀테크 스타트업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사업자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자체 모바일결제 솔루션 쏠페이의 해외 결제 연동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에 약관 개정을 신청했다. 다음 달 23일 약관 승인이 확실시된다.
신한 쏠페이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계좌 기반 직불결제 수단이다. 통장 잔액 이내에서 하루 최대 500만원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약관 개정 후 이르면 내년 2월 일본에서 쏠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이어 대만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밴, PG사와 동반 진출한 사례는 있지만 은행 단독으로 간편결제 해외 진출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약관 승인 후 일본 현지 가맹점을 관리하는 파트너 기업을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은행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어서 일본 현지사와의 파트너십 계약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의 해외 간편결제 진출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핀테크 기반의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몸집이 큰 시중은행은 더 이상 예대마진 등 기존 사업으로는 성장 자체가 어렵다는 내부 분석이 작용했다. 특히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면서 수많은 핀테크 사업자, 특히 ICT 기반의 대형 지불결제 사업자가 출현하면서 은행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CT 기업이 주도해 온 간편결제 시장에서 오히려 대형 시중은행은 후발 주자가 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약관 개정을 통해 'QR·바코드, 근거리 무선통신(NFC), 블루투스 등을 활용해 거래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추가하고 '해외 이용 한도는 1회 3000달러, 1년간 1만달러 한도'를 지정했다. 신한은행은 '회원이 해외가맹점에서 거래하는 경우 은행이 제휴한 외국의 금융기관 또는 전자결제서비스 사업자에서 은행으로 요청한 결제 통화의 최종 고시 전신환매도율이 적용돼 회원 결제계좌에서 즉시 출금된다'고 개정 약관에 명시했다.
신한은행은 쏠페이를 한국 방문객이 많은 일본을 시작으로 대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된 만큼 동남아시아나 중국권 조기 확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네이버를 비롯해 라인,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지불결제 사업자와 직접 경쟁을 하게 된다.
기존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NHN 등 ICT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일본에 이어 마카오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마카오 내 카카오페이 로고가 비치된 오프라인 상점에서 별도의 환전 과정 없이 스마트폰에 생성된 '카카오페이 결제' 화면만 제시하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네이버도 일본 오프라인 상점에서 네이버 페이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NHN페이코는 일본 선불카드 유통업계 1위 업체인 '인컴재팬'과 제휴를 진행, 8월 초 일본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라인페이와 '글로벌 얼라이언스'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쏠페이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현금보다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타행 계좌 등록 등 오픈뱅킹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도 국내외에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표] 신한 쏠페이 회원 수 및 이용 실적(11월 28일 현재 누적 기준)
[표] 신한 쏠페이 2019년 분기별 거래 금액 및 건수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