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렌털업계가 이종산업 융합과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에 박차를 가한다. 렌털 경쟁력의 근본을 혁신, 전통 렌털 영역을 넘어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단순히 품목 확대 수준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협업하고 기존에 없던 판매 플랫폼과 한층 진화된 서비스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1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주요 렌털업체들이 내년 핵심 전략의 하나로 이종산업 융합을 선정했다.
가전제품 렌털 중심으로 성장해 온 업계가 렌털 영역 확대와 차별화한 서비스 도입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ICT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기존에는 직원들이 제각각 고객을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AI와 빅데이터로 고객을 분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IoT와 클라우드를 연동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담 직원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렌털업계 고위 관계자는 “생활 속에서 고객이 느끼는 불편을 AI, IoT,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기술을 통해 렌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렌털업체들이 이종산업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는 상황”이라면서 “손을 놓고 있다가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놓칠 수 있어 다양한 협업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렌털업계의 변화 움직임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렌털과 관계없는 분야의 기업들이 렌털기업 인수에 적극 뛰어들었다.
넷마블은 국내 렌털업계 1위 기업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선언하면서 “웅진코웨이의 플랫폼과 넷마블의 ICT 기술력을 융합, 스마트홈 구독경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넷마블 인수 타협이 올해 안에 성사될 경우 내년부터 넷마블과 웅진코웨이 간 플랫폼 비즈니스 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보다 앞서 기업간거래(B2B) 렌털업계에서도 ICT기업이 렌털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있었다. 넷마블과 웅진코웨이 협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통합보안 전문 기업 드림시큐리티는 B2B 렌털 '빅4' 가운데 하나인 '한국렌탈'의 인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한국렌탈은 기업 대상으로 사무용 기기를 비롯해 계측기기, 산업용 로봇 등 기계 및 장비를 대여하고 관리한다. 드림시큐리티는 한국렌탈의 오프라인 자산관리 노하우에 블록체인, ICT 기술을 적용해 렌털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범진규 드림시큐리티 대표는 “ICT 솔루션도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추세다. 서비스 형태의 판매·관리 노하우는 렌털 플랫폼 업체가 보유했다”면서 “예전에는 단순히 노트북만 렌털 판매했다면 이제는 노트북 안에 운용체계(OS), 보안 솔루션 및 각종 소프트웨어(SW)를 일괄 제공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출범한 SK매직은 내년부터 렌터카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5일 렌터카 사업을 자회사인 AJ렌터카로 통합하기로 했다. AJ렌터카 사명은 'SK렌터카'로 변경한다. 모회사인 SK네트웍스는 가전 렌털, 차량 렌털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SK매직은 SK텔레콤과 협업 프로모션을 내놓을 정도로 계열사 시너지 창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종산업, 이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시장 확대를 노리는 사례도 많다. 대표로 들면 웅진코웨이가 시도하는 매트리스와 슬립테크 융합이다. 웅진코웨이가 올해 프로토타입 뇌파 분석기와 스마트 베드 융합 기술을 선보였다. 매트리스가 고객의 수면 상태와 뇌파 등을 확인, 최적의 수면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웅진코웨이는 수면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정재승 KAIST 교수와 공동 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교수는 “만성화된 저성장, 경제 불황으로 자원을 효율 높게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렌털 산업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 최대 수혜자가 됐다”면서 “AI 및 ICT 적용으로 전통 비즈니스가 고도화되면 소비자 편익은 커지고 렌털 산업과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