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무신사가 한국 여덟 번째 유니콘으로 등극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신상마켓과 링크샵스는 의류도매상과 소매상 간 거래를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로 만들어서 이미 수백억원대 가치를 넘어섰다. 패션테크의 유통 분야 혁신은 생산성 혁신 분야로 넘어가고 있다. ZARA, H&M 등 패스트패션이 전 세계에 보편화되면서 패션 트랜드 주기가 짧아졌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생산성 혁신 기술과 플랫폼이 필요하게 됐다. 많은 생산성 혁신이 스타트업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전에 소개한 한국 스타트업 클로는 이미 버추얼 피팅 분야에서 세계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많은 패션 스타트업이 그 계보를 이어 가고 있다.
컨트롤 클로더는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의류 생산과 유통까지 모바일로 주문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파이'를 출시했다. 파이는 최소 30단계를 거쳐야 하는 의류 생산 공정의 번거로움을 덜어 주고, 패턴·원단·봉제 등 각각의 공정에 필요한 협력사를 빠르게 연결 및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파이를 활용하면 6개월 이상 걸리던 의류 제작 기간을 2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서비스 출시 1년여 만에 국내외 2300개 가입사를 확보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파이는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및 패션 업체들과 의류 생산공장을 매칭, 의류 생산 관리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의류 생산 플랫폼으로 발전해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현재 국내외 3600개가 넘는 의류 생산공장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전문 의류 생산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디자이너나 패션 기업들이 만들고 싶은 사진과 일정을 포함한 생산의뢰서를 작성해 전송하면 제작에 적합한 공장과 생산 매니저가 매칭되며, 각 진행 상황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이노블은 지난해 말 패션 전문 기업 한섬 자회사의 영캐주얼 브랜드 'SJYP'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디자이노블 솔루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디자인한 옷을 선보였다. 패션 회사에서 옷에 들어갈 기본 캐릭터, 콘셉트를 제공하면 디자이노블의 AI는 제공한 로고,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등 관련 데이터 수십만개를 사전에 학습한다. 이미지 하나하나를 스타일과 콘텐츠로 분류하고, 해당 이미지를 특정 크기(픽셀)로 나눠 색상·모양·패턴 등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큐레이션을 통해 디자이너에게 AI가 제안하면 디자이너는 추가 의견과 수정 사항을 AI에게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SJYP의 디노 후드티도 이러한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디자인 AI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여러 의상 특징을 모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디자인 AI' 모델과 이미 만들어진 옷에 꽃병·돌 같은 물체 및 그 느낌을 더하는 '스타일 합성 AI' 모델이 있다. 스타일 AI는 이미지와 콘셉트를 입력하면 AI가 그동안 학습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한다. 트랜드 분석을 AI가 담당하기도 한다. 디자이노블의 AI서비스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서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 스타일을 예측하고 패션 트렌드의 잠재 고객 등을 추천해 주는 솔루션을 대시보드 형태로 패션 업체에 제공한다.
맞춤 정장 방식에도 생산성 혁신이 일고 있다. 클로디어는 3D스캐너와 클로(CLO)의 버추얼 피팅 솔루션 및 자동 재단 기기를 활용, 맞춤 정장의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클로디어는 실제로 오프라인 맞춤형 정장 의상실을 운영하며, 버추얼 피팅을 통한 의상 개인 측정 작업을 자동화했다. 3D스캐닝과 버추얼 피팅을 연동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 재단까지 연동하게 되면 맞춤 정장의 자동화가 완성된다. 완성 후 클로디어는 전국에 3D프린터를 설치, 무인 피팅룸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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