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현실(VR) 영상 전문 업체가 중국 대형 스포츠 이벤트 VR 생중계에 성공했다. 토종 콘텐츠 업체가 중국 5세대(5G)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남자 탁구 월드컵대회(ITTF Men's World Cup 2019) 전 경기를 VR로 중계했다고 8일 밝혔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자체 시스템으로 만든 VR 영상을 차이나유니콤 5G망을 통해 실시간 송출했다. 중국 이동통신업계가 5G를 상용화한 이후 대형 스포츠 대회를 VR로 생중계한 최초 사례다.
탁구는 중국 국민 스포츠다. 이번 대회는 세계 상위 20위권 선수만 초청한 가운데 이틀 동안 예선전을 치렀으며, 8명의 참가자가 1위 자리를 놓고 우열을 겨뤘다. 중국 탁구 영웅 마룽, 현재 세계랭킹 1위 판전둥 등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수가 출전했다.
결승전에서 중국 판전둥이 1위에 오르자 관람객이 폭증, 한때 네트워크 마비가 일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남자 탁구 월드컵대회 VR 생중계에 VR 멀티캠을 도입했다. 여러 각도에서 시청자가 VR 생중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3대의 VR카메라를 동원, 경기장 구석구석을 실감나는 장면으로 전달했다. 헤드마운틴디스플레이(HMD)가 있는 시청자는 VR 영상, 일반 시청자는 스마트폰으로 360도 영상을 관람했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부터 중국 통신사와 함께 VR 생중계를 준비했다. 대회를 앞둔 11월 초 중국 차이나스포츠, 차이나유니콤과 테스트 촬영을 시작해 대회 중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도 현장에서 VR 생중계를 지켜봤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자체 시스템으로 VR 영상을 제작하는 국내 업체다.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촬영과 실시간 스티칭(각각 영상을 이어 붙여 VR 콘텐츠로 만드는 것), 색 보정에 강점이 있다.
2017년에는 미국 AT&T가 주최하는 PGA 투어경기를 VR로 생중계했다. PGA 투어 사상 최초의 VR 라이브 생중계였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차이나유니콤 등 현지 통신사와 중국 내 스포츠 VR 중계 사업을 이어 갈 계획이다. 차이나유니콤은 이번 대회를 통해 VR 생중계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배드민턴, 당구 등 인기 스포츠 대상으로 VR 콘텐츠를 늘릴 방침이다.
김태형 아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 통신사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통신사에 한국 5G VR 콘텐츠의 강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여러 중국 5G 관련 사업자와 협업, 초기 중국 VR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