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화석유가스(LPG)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일반인도 LPG를 일반 마트나 자동차 충전소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덜어지는 소비자 부담은 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LPG 유통구조 개선 연구용역에는 테이크아웃도 포함돼 있다”면서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는 등 다방면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이달 초 산업부는 LPG 유통체계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정부는 2005년에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다가 일반 LPG 판매업자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판매업자들은 생존권을 이유로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LPG 판매 구조는 일반 LPG 판매업자가 E1과 SK가스 같은 LPG 충전사업자로부터 LPG를 구매, 유통 마진을 50% 이상 남기는 식이어서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재차 테이크아웃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고 LPG 시장 활성화를 이끌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PG 충전사업자가 직접 마트나 편의점, LPG 충전소 등에 5~10㎏ 규모의 소형 LPG를 공급, 진열해 판매한다면 가격 거품이 사라져 취급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야영용 등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유럽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이를 시행,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
정부는 회색 용기에 담긴 20㎏ 규모의 가정·상업용 LPG에 대해선 안전상 이유로 충전사업자 또는 통·폐합한 충전사업자와 일반 판매업자가 판매·배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비, 인건비, 사무실비 등을 줄여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목적은 같다.
검토 방안이 모두 시행된다면 소비자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LPG 사용 가구와 영업소는 각각 418만4654가구, 44만7260곳에 이른다. 같은 해 가구용과 상업용 총 수요는 154만3000톤으로, 일반 프로판 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장 규모는 2조9157억원이다. 유통 마진 50%를 기준으로 소비자 가격이 그만큼 하락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LPG 사용자는 지출을 약 1조4000억원 아낄 수 있다.
다만 이 방안들이 확정, 시행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LPG 판매업자들은 통·폐합 추진 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근거가 될 현재 이익 수준과 예상 수익 등에서 정부와 업자 간 시각차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또 이들은 지역별 LPG 배송센터가 신규 설립되면 이를 총괄, 운영할 수 있는 권한도 요구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LPG 유통구조 개선에 반대하던 일반 판매업자들이 매출 한계에 부닥치자 보상과 이권을 요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 등을 근거로 개선 방안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