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처음으로 1톤급 전기트럭을 출시했다. 기아차도 내년 1·2월께 같은 급의 전기트럭을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의 잇따른 전기트럭 출시로 국내 상용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반면에 국내 전기트럭 시장을 개척해온 중소기업은 차량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리면서 시장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11일 1톤급 상용트럭 '포터II 일렉트릭'을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58.8㎾h급의 배터리를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211km를 주행한다.
이는 중소업체인 파워프라자가 최근에 출시한 '봉고3ev 피스(배터리 용량 40.1㎾h·주행거리 130km)'와 또 다른 중소기업 제인모터스의 전기트럭 '칼마토(34.3㎾h·85㎞)'과 비교해 주행 성능이 두배 가량 뛰어나고 판매 가격은 2000만원 저렴하다. 현대차 포터II 전기트럭 가격은 △스마트 스페셜이 4060만원, 프리미엄 스페셜 4274만원이다. 반면에 파워프라자와 제인모터스 전기트럭 가격은 6000만원 중반이다.
현대차 포터II 전기트럭은 이들 중소업체보다 1㎾h당 최소 16만∼17만원하는 배터리를 약 20㎾h나 더 달고도 200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 구조다.
여기에 135㎾급의 고성능 모터를 장착, 우수한 등판능력을 갖췄다. 흡차 음재 최적 적용으로 완성한 상용차 최고 수준의 정숙함과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 '포터II 일렉트릭'에는 적재 중량을 실시간 감지해 주행 가능 거리를 안내하는 최신 기술을 비롯해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 방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 등 첨단 안전 사양을 대거 적용됐다. 이는 파워프라자나 제인모터스 차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신 기능이다.
현대차·기아차와 파워프라자·제인모터스 전기트럭은 모두 기존 내연기관 차량(봉고·포터)을 기반으로 완성한 개조 전기차로, 충돌이나 기본적인 주행성능은 비슷하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핵심으로 한 각종 편의, 안전 사양 등은 현대·기아차 전기트럭이 크게 우수하다.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는 “내년부터 국내 전기트럭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때문에 더블캡(초장축형)과 냉장탑차 등 틈새시장을 노릴 것”이라며 “전기트럭 시장 대중화로 중소기업도 생존하도록 현대·기아차가 차체만 별도로 공급해 준다면 가격 격차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소업체는 전기트럭 제작을 위해 현대·기아차로부터 완성차를 구매한 후 엔진 등 각종 내연기관을 별도로 외부에 판매한 다음에 자체 개발한 배터리시스템 등을 장착해 전기트럭을 제작한다. 이에 내연기관을 제외한 차체만을 구매할 수 있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내년에 전기화물차 보조금 예산으로 약 1000억원을 확보하고 최소 3000대 전기트럭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와 비교해 20배 이상 늘어난 예산 규모다.
한편, 파워프라자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0.5톤급 개조형 전기트럭을 개발해 현재까지 약 90대를 국내에 판매했다. 제인모터스는 올해 초 1톤 전기트럭을 출시, 지금까지 약 10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