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논의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이견으로 끝내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디지털세를 이루는 두 축 중 하나인 최저한세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저한세는 '최소 법인세'로 불린다. 관계사를 저세율 국가에 두더라도 해당 지역 수익 중 일정 비율만큼은 세금으로 내도록 한다. 13.5% 상당 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분할법과 함께 디지털세 양대 축을 이룬다. 이익분할법은 EU 반발로 합의안 도출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디지털세 주제 회의를 개최했다. 내년 1월 22일 G20 회의에 디지털세 합의안 초안을 제출하기 전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이날 조세회피처를 비롯한 저세율 국가에 소득을 이전,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저한세가 집중 다뤄졌다.
미국과 EU 진영 간 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미국 측을 대표해 미국상공협회가 최저한세에 찬성 의견을 냈다. 협회에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 디지털기업이 속해 있다. 이른바 빅4 회계법인으로 불리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딜로이트, KPMG, 언스트앤드영(EY)도 지지를 표했다. “미국에서 자체 시행중인 최저한세(GILTI)를 세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면 된다”고 힘을 실어줬다.
OECD도 거들고 나섰다. 파스칼 생-아만스 OECD 세무국장은 “최저한세는 현재 미국 GILITI와 거의 유사하다”면서 “세계 국가가 실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별 디지털세 배분 방식인 이익분할법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최저한세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대체로 최저한세 적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U 진영에서는 날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저한세 적용 시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상공협회는 “최저한세를 적용하려면 세계적으로 회계원칙을 통일시켜야 한다”며 “OECD 논의에는 동의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음식협회도 “OECD 방법은 복잡하고 이중과세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암스테르담컨설팅협회는 이중과세를 넘어 삼중과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외국법인 유보소득 배당간주 과세(CFC)와 국가별 조세 정책, OECD 최저한세 간 중복 영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상공협회는 “최저한세를 정하기 위한 과세소득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특히 소규모 기업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저한세 대신 CFC 규정을 도입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강대국 이권이 대립하고 있다”며 “최저한세를 시행하려면 국가별 세법 규정을 조율, 통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더 첨예하게 부딪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