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한다는 협약 내용이 공개되면서 국내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이 결국 해외 자본에 넘어간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은 아시아 시장 석권을 위해 싱가포르에 50대50대 지분으로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DH와 협약을 맺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신설법인 회장을 맡아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포함한 11개국 사업 전반을 경영한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콰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주요 투자사가 87%, 김봉진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13%를 보유하고 있다. DH는 국내외 투자사가 보유한 투자사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협약했다.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도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분 전환이 완료되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처럼 100% 독일 자본 회사가 되는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DH와 협약 체결 배경으로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라는 표현을 쓰며 사실상 쿠팡을 공개 저격했다. '토종 기업'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에 대한 이미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계 자본이 들어간 쿠팡을 부각해 같은 외국자본이라도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DH의 지분 인수 전에도 외국 투자사 지분 비중이 크지만, 독일자본 100% 회사인 요기요와 비교돼 소비자 대상으로는 부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에서 수조원 이상 지분 투자를 받은 상태다. 업계는 비전펀드가 가진 쿠팡 지분율이 3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 반일감정 정서가 쿠팡 불매운동으로 미칠 기류가 흐르자 쿠팡 측은 “KB금융 외국인 지분은 70%, 삼성전자 및 네이버 지분율도 60%에 가깝다”며 “쿠팡은 한국기업”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쿠팡이 예민하게 여기는 부분을 우아한형제들이 다시 건드린 셈이다.
쿠팡은 올해 5월부터 일반인 배달 중개 플랫폼 '쿠팡이츠'를 출시하며 우아한형제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 가맹음식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시장 1위 업체가 신규 진입자를 방해한다”며 맞섰다.
국내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여전히 독자 운영될 예정이지만 딜리버리히어로 한 지붕 아래로 모인 만큼 쿠팡을 압박하는 연합 전선을 펼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마케팅 비용 수천억원 이상을 지출하며 경쟁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프랜차이즈 업계와 협상력이 높아지고 배송 퀄리티를 높일 여유도 생겼다. 배달대행시장까지 직접 장악해 시장을 독점할 여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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