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산업 정책)보호무역 확산에 수출 부진…소부장 정책으로 자신감 회복

산업정책 분야는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해 산업계 수출이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 대내외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대응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은 수확이다.

정부는 지난 8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 네번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 네번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수출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 부진과 함께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전년 실적대비 하락했다. 사상 처음 6000억달러를 웃돌던 수출은 5000억달러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넘게 책임지던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고 수요가 둔화되면서 연중 내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영향이 컸다. 지역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최대 수요처이던 중국 수출이 하락하며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 주력 산업 다수가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 한해정책 목표를 '제조업 활력회복과 혁신 전략'으로 내세웠다. 우리 경제 근간이자 성장엔진인 제조업의 당면 위기를 극복하고 제조업 혁신으로 경제활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전략이다.

제조업 뿌리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은 물론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보급과 확산, 선박과 자동차, 기계산업 스마트화, 도전 과제인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실행 등을 내걸었다.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산업 육성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시동을 건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부는 올 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고,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스마트 선도 산단 선정, 알키미스트 과제 공모 등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가 산업 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던 7월에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 TV와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세정제인 불화수소 한국 수출을 막은 것이다. 이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정부는 이에 맞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알리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거나 대체재를 찾는데 주력했다.

결국 일본의 공세는 오히려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 스스로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이어졌고 정부와 업계는 일본 공세에 대응하는 산업 진흥 체제를 갖추는 성과를 거뒀다.

통상 분야에서는 신남방·신북방 등 시장을 확장하는 한편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11월에는 인도를 제외한 15개 국가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문을 타결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에너지 분야에선 정부의 '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기본)' 수립과 함께 '누진제 개편' 등이 이뤄졌다. 3차 에기본은 2040년까지 전력 및 에너지 수요 예측과 기본 정책 방향을 담았다. 2차 에기본 대비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높인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또 지난해 여름철 한시 적용했던 누진제 구간 완화는 상시화하기로 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탈원전' 이슈도 이어졌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인상은 제한적이라는 정부의 견해와 저비용 원전 감소와 고비용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미래 세대의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과 국내 원전 기술 후퇴라는 입장이 지속해 맞섰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지난 4월 4일엔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로 도로변에서 산불이 발생해 속초시까지 번져 수백억원이 넘는 가옥 손실과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산불 책임 소재와 손해보상을 놓고 피해자와 한전 간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5월엔 강릉 과학산업단지 수소탱크가 폭발해 8명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발생, 수소에너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수십건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