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의료 산업에 이어 인공지능(AI) 기술 활용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했을 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분석, 신용평가, 준법감시 등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우선 금융회사 업무자동화에 AI를 적용할 수 있다. 자료 공유, 문서 분석, 고객 식별, 이상징후탐지 등 업무를 머신러닝 기반으로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실수로 인한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는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반 머신러닝 플랫폼 COiN(Contract Intelligence)을 도입해 법률 문서에서 주요 정보와 조항을 추출했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36만 시간이 소모되는 일을 짧은 시간으로 줄였으며, 오늘날 대출 서비스 오류의 약 80%가 계약 해석 오류로 인한 것을 고려하면 시스템 도입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됐다.
AI는 투자은행을 위한 추천시스템을 도입해 주식시장 고객의 재무상태, 시장동향 등을 분석하고 투자가 필요한 고객을 추천한다.
이와 함께 AI는 금융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 중심 대화형 인터페이스로부터 고객질의를 입력받고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송금, 조회, 환전, 대출, 상품 추천 등)를 제공해 고객 편의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머신러닝 기반 챗봇을 도입해 헬프데스크, 콜센터와 같은 고객대응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 미즈호은행, 미쓰비시UFJ은행은 IBM의 AI 왓슨(Watson)을 기반으로 한 콜센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로봇으로 고객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
후코쿠생명은 보험금 청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 중 약 30명을 IBM 왓슨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시스템은 고객의 병원기록, 의약투여기록 등 문서를 분석해 보험금지급 업무 생산성을 높였다.
일본 SMBC 닛코 증권은 NTT 커뮤니케이션즈가 개발한 자동채팅서비스를 도입해 모바일 채팅 앱 라인(LINE)을 통해 고객 질의에 응답한다. 질의 빈도가 높은 계좌개설, 인증방법 응대를 시작으로 점차 보유자산변동, 조회까지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AI는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에도 활용된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비금융정보인 요금납부기록, 통화기록, 소셜네트워크 정보 등을 분석해서 신용평가 결과를 세분화할 수 있다.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저신용자 등 사각지대 고객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개별 심사자가 한정된 고객 정보에 의존해 고객 리스크를 평가하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신용평가가 어렵다.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사회초년생, 노인계층과 같은 금융기록이 적은 사람들도 금융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증가한다. 동일한 신용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요코하마은행, 지바은행은 AI 솔루션 업체와 협력해 영세업체 및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의 재무정보, 거래 결제정보와 약 10만개 회사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고객 수익성을 예측한다. 이렇게 예측된 정보를 기반으로 대출 심사 및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다.
미국 핀테크기업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개인 대출을 위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인터넷 사용 등을 분석해 개인 신용도를 측정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동(JD)닷컴과 함께 JD-제스트파이낸스가이아(JDZestFinance Gaia)를 설립하고 중국 내 고객 신용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변화되고 있는 금융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금융회사는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기술을 활용한 레그테크(RegTech)를 빠르게 도입한다.
2025년까지 세계 기업의 30%가 머신러닝 기반 준법감시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의 레그테크 활용 분야로 데이터 관리, 위험분석 및 예측, 금융거래 탐지, 고객신원관리, 기업 내부통제, 컴플라이언스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레그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 최초로 MRR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MRR는 기계로 금융 관련 법규를 읽고 규제준수 업무를 수행해 사람이 하던 준법감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전자금융거래법과 시행령,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내용을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보고서 규정을 프로그램 코드화해서 기계가 실행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한다. 해당 모델을 통해 규정 변경 시 업무보고서 변경관리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는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적용된다. 보고 의무 사항을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어 처리, 텍스트 추출 등 AI 기술이 사용된다.
이와 동시에 금융회사 데이터베이스(DB)와 연계해 데이터 추출과 보고서 데이터 전송을 위한 분산원장,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적용 가능성도 검증한다.
신기술인 머신러닝 도입은 고객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전달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장점을 제공한다. 머신러닝은 금융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금융 산업 분야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머신러닝 기술 도입을 시도하는 만큼 활용 가치가 증명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도입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검증, 보안성, 규제, 기업 내부 전략 부족 등은 도입 시 어려움을 겪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금융회사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부 연구 및 외부 학계·스타트업 등과 협력해 구축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 해외 금융권 챗봇서비스 도입 현황
출처: 금융결제원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