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이 교육 울타리로 들어왔다. 에듀테크 기술로 교육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 방식을 선보였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단어로 교육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에듀테크 시장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연구기업 홀론아이큐는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20억달러(약 177조9160억원)에서 2025년 3420억달러(400조3110억원)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가정·정부 모두 교육 분야 지출을 계속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홀론아이큐는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 인구 증가에 힘입어 현재보다 전체 학생이 5억명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기준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에 사용되는 금액은 전체 교육비 가운데 2.6%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 4.4%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에듀테크 산업 급성장이 두드러진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에듀테크 기업 7개 가운데 6개는 중국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동원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추진 중이다. 2018년 칭화대 부속고교 등 상하이 지역 40개 고교가 첫 'AI 실험학교'로 지정돼 AI 교과서로 교육을 시작했다. 1000개 학교로 AI교육과정이 확대된다. 중국은 교육 과정에 '안면인식' 기술도 이용한다. AI가 교실에 있는 학생의 표정, 말, 서있는 모습, 필기하는 모습 등 다양한 행동을 인식하고 공유한다.
◇국내 에듀테크 교육 현황은
국내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 AI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교육 과정이 도입된다. AI 기술로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학생이 AI를 이해하고 직접 응용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AI 교육 도입을 위해 'AI 교육 중점고' 34개교를 선정하고 인정 교과서를 개발한다. 2022년 교육 과정 개정 전까지 비교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SW) 코딩과 데이터 과학 등 AI 기초가 되는 수업 시수를 확대한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SW 코딩 교육이 필수다. 초등학생은 17시간, 중학생은 34시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AI 교육을 위해서는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오는 9월 가을 학기부터 교육대학원에 AI 전공을 개설하도록 지원하고, 매년 AI 전공 교원 1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고교와 전문대학 교육과정을 통합·연계한 AI계약학과도 생긴다. 국립공고 AI 특화교육을 받은 졸업생이 전문대에서 숙련도를 높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AI 중소기업 계약학과가 개설된다. 각 학교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통해 AI 관련 중급기술인력을 양성·채용한다. 2022년 5개교(권역별 1개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AI전문 교육을 위해 AI대학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대학원 지원 사업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고려대, 성균관대,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선정했다. KAIST, 고려대, 성균관대는 지난해 가을학기에 문을 열었다. 포스텍과 GIST는 새해 개원한다.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이 정부 지원 사업과 별개로 인공지능(AI) 대학원을 개원한다.
대학원당 정원이 수십 명에 이르기 때문에 정부가 선정했거나 독자 개원한 곳을 포함하면 수년 내 수백 명의 AI 고급 인력이 배출된다.
정부는 해외 교육시장에 발 맞춰 에듀테크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지만, 과거 첫 에듀테크 도입 시기를 감안하면 아쉬운 면이 많다. 교육부는 2011년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고, 수많은 해외국가가 국내 학교를 방문했다. 그 뒤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수능 위주의 교육과 정보기술(IT)기기 활용에 보수적인 교육환경 등 여러 요인으로 에듀테크 도입에 대한 장애물이 많았다. 에듀테크의 기본이 되는 학교 인터넷 망조차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공교육 인프라에서는 늦은 인터넷 속도 때문에 원활한 에듀테크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현황은
국내 에듀테크 기업이 중국, 베트남, 대만 등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좁은 국내 교육 시장의 한계를 판단,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린 것이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IT의 시너지 효과도 해외 시장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타임교육은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중국 공교육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초등학교 6곳이 수학 수업에 타임교육 교구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중국 초등학교 20여곳이 타임교육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타임교육은 중국 외에도 대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교육용 플랫폼 스타트업 클래스팅은 일본, 대만, 베트남 등 25개 국가에 진출했다. 대만에서는 진출 1년 만에 전국 초·중·고교 35%가 넘는 1400여개 학교가 클래스팅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만 현지에서 8700여개 모바일 클래스가 개설됐다. 클래스팅은 대만 현지 출판사 두 곳과 업무 제휴를 맺고 AI 기반 개별화 교육 서비스 '클래스팅 AI' 출시를 준비 중이다.
코딩 로봇 스타트업 럭스로보는 미국, 두바이, 요르단, 카타르, 영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50여개국에 진출했다.
비상교육은 베트남 영어 교육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베트남에서 비상교육 유아 영어 서비스 '윙스(Wings)'를 사용하는 50개 영어교육센터, 초·중·고 영어 프로그램 '잉글리시 아이'를 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센터 60곳이 문을 연다.
아이스크림에듀도 곧 베트남에 수준별 맞춤학습을 지원하는 'AI 수학' 'AI 영어' 서비스를 출시한다. 회사는 베트남에서 전자신문 교육법인 이티에듀와 SW사고력올림피아드 개최도 추진 중이다.
국내 공교육 시장 진입이 어려워 스타트업 등 에듀테크 기업은 일찍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국내 교육시장은 작을 뿐 아니라 공교육과 사교육 시장으로 나눠져 있다”며 “사교육 기업이라는 편견 속에서 공교육 시장 진출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뛰어난 IT가 결합된 점도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광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이사는 “해외에서 국내 에듀테크 기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한국이 교육열과 IT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며 “많은 국가가 우리나라를 닮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AI 인력 현황>
자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국내 대학의 AI 교육 현황> 자료: 각 대학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