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로봇과 첨단건설기계,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업 주요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속속 접목되고 있다. 세계 주요 로봇업체에서는 장비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 센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계업체는 AI 기술을 활용해 정밀수치제어(CNC) 성능 극대화를 노린다. 또 포스코 등 국내 업체와 해외 기업이 스마트팩토리에 AI 기술을 접목, 효율을 높인다.
◇머신러닝 활용 '3D 비전 센서', 산업용로봇 화두로
생산라인에서 쓰이는 산업용로봇은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신기술을 급박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기술을 잘못 적용해 라인이 한 번 멈추면 큰 손실이 나기 때문에 무작정 새 기술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세계 주요 산업용로봇 업체가 AI 기술을 적용한 3D 비전 센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3D 비전 센서는 제품의 방향 정보를 인식해 작업 효율을 돕는 부품이다. 산업용로봇에 3D 비전 센서가 쓰이면 복잡하게 널브러진 부품도 효율적으로 골라내 작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를 접목하면 효율이 대폭 향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열린 도쿄국제로봇박람회에서는 세계 주요 기업이 3D 비전 센서를 장착한 산업용로봇을 속속 선보였다. 도쿄국제로봇박람회는 아시아 최대 규모 로봇 전시회로 세계 로봇산업 최신 동향을 볼 수 있다. 2017년 열린 행사에서도 키엔스 등 업체가 3D 비전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3D 비전 센서 적용 폭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3D 비전 센서 활용이 산업용로봇 업계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에서는 독일 쿠카(KUKA), 일본 화낙, 미쯔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야스카와전기, 나치 등 기업이 3D 비전 센서를 접목했다. 쿠카는 클러치 디스크를 분류하는 소형 로봇에 3D 비전 센서를 적용했다. 쿠카 소형 로봇은 3D 비전 센서를 통해 파악한 위치 좌표를 전송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부품을 옮겼다.
화낙은 산업용 로봇뿐만 아니라 협동로봇 신제품에도 3D 비전 센서를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화낙이 적용한 3D 비전 센서 기술은 색 깊이로 높이를 판단해 이미지를 인식하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는 3D 비전 센서 기술은 다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적용돼야 한다고 평가한다. 학습량이 많을수록 3D 비전 센서 정확도도 높아진다.
고경철 KAIST 교수는 “(3D 비전 센서 정확도를 높이려면) 물건 형태나 3차원 형상을 보고 인간이 그간 잡아온 패턴을 연구하고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며 “머신러닝을 적용하지 않으면 (3D 비전 센서) 정확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AI 기능 접목할 '머신컨트롤' 도입 경쟁
건설기계에서도 AI 기능을 접목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회사인 고마츠가 AI 요소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독일과 미국 회사도 이를 뒤따르고, 우리나라 업체도 기계 기술 도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일본 고마츠는 2015년 공개한 건설자동화 솔루션 '스마트 컨스트럭션'에서 AI 기술을 활용했다. 고마츠는 스마트 컨스트럭션에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고 있다.
스마트 컨스트럭션은 굴착기 조종사가 없어도 자동으로 작업하는 머신컨트롤 기술을 적용했다. 머신컨트롤 기술을 활용하면 숙련된 굴착기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설정된 작업 궤적에 따라 어려운 작업도 능숙하게 할 수 있다. 미국 캐터필러도 2017년 2차원 머신컨트롤 시스템을 장착한 굴착기 'CAT 320'을 내놓으며 고마츠 뒤를 따랐다.
우리나라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도 AI 기술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머신컨트롤 수준 종합 관제 솔루션 '컨셉트-엑스(Concept-X)'를 2025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컨셉트-엑스는 측량부터 건설기계 운용까지 전 과정을 무인·자동화할 수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자사 원격관리시스템 '하이메이트(Hi-MATE)'에 실시간 진단리포트 서비스 상용화를 주진하고 있다. 미국 엔진 제조사 커민스 솔루션을 적용, 굴삭기 엔진 부품 이상과 문제해결 방안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또 아마존 알렉사(Alexa)를 활용해 운전자가 음성으로 장비를 제어한다.
◇스마트팩토리, AI 도입으로 효율 높여
AI는 산업 현장에 곳곳에 적용된다. '스마트팩토리'가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에선 포스코가 선도한다. 포항과 광양 제철소를 일찌감치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했다.
포스코는 자체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을 활용해 전 공장의 데이터를 수집, 정형화한다. 또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자가 학습하고, 최적 공정 조건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제철소 내 생산 계획을 담당하는 수주 공정 그룹은 소Lot 주문 여부를 크게 줄였다. 소Lot은 강종별 최소 주문량이 미달돼 생산 제약을 받는 주문을 말한다. 기존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조건을 파악, 소Lot 기준과 일일이 비교해야 했다. 처리 시간은 평균 12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AI가 자동으로 주문별 소Lot 여부를 판단해주면서 소요시간은 1시간 내외로 급감했다.
AI는 용광로 통기성과 연소성, 용선 온도, 출선량 등까지 제어한다. 모든 변수를 정의하는 데이터 정형화로 용광로 상태를 확인한다. 이 결과로 포항 2고로는 하루 생산 쇳물 양이 240톤 급증했다. 이 기술은 작년 7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됐다.
스마트팩토리 도입은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인도네시아 바타민도 산업 단지에 위치한 바탐 공장을 스마트화했다. AI가 접목된 에코스트럭처 머신을 구축, 공장 운영 성과를 실시간 확인한다. 기계 성능과 유지보수 시기까지 예측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은 최대 5~7% 늘었고, 유지보수 작업 시간과 낭비되는 자재는 각각 17%, 46% 절감됐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