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장고 끝 결단' CJ인사 신규 임원수 최소화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위기를 돌파하고 그룹을 쇄신하기 위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해 사업별 역량 확보와 혁신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신규 임원수를 최소화했고, 지주사 몸집을 줄여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또 CJ제일제당 등 핵심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며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30일 CJ그룹은 전년(77명)보다 약 30% 줄어든 58명의 임원을 승진하고 외부영입 인사를 대표이사에 임명하는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의 경우 지난해 35명의 절반 수준인 19명이 발탁됐다. 이와함께 지주사의 실제를 폐지하고, 팀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큰 폭의 변화보다 조직을 안정시키고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방안을 택했다는 평가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는 강신호 총괄부사장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에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 등을 지낸 외부 인사 차인혁 부사장을 각각 내정하며 변화를 줬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

이번 인사가 철저한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한 만큼 실적이 좋은 계열사 대표는 대부분 유임됐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헬스앤뷰티(H&B) 업계가 외국계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토종 브랜드로 지속 성장을 견인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도 K-드라마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최초의 인물로 자리매김 했다.

다만 투표 조작 논란을 빚고 있는 '프로듀스 101' 총책임자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문책성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며 유임됐다. 평소 남다른 추진력으로 이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허 대표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CJ THE CENTER 전경
CJ THE CENTER 전경

승진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발탁 기조는 이어졌다. 신임 임원 중 4명이 여성으로 전체 신임임원의 21%에 달했다.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CJ프레시웨이 배수영 FS본부장,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한 CJ CGV 박정신 신성장담당 등이 포함됐다. CJ그룹의 신임 임원 여성비중이 2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CJ 관계자는 “여성 리더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확산해 온 결과”라며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이 해외본사 및 각 사 글로벌 부문으로 이 또한 그룹의 글로벌 중심 미래성장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