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나 '겨울왕국'이 현재 몇 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고, 몇 명이 관람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작사 역시 누적 관객 수를 토대로 수익 배분이 얼마나 될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공하는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서비스를 통해 누구든 간단한 검색만으로 특정 영화의 관객 수와 매출 데이터를 언제든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가 전체 가구 수보다 훨씬 많은 데도 수많은 가입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콘텐츠 투자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이유를 모른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약 2000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평균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총 3300만으로, 국내 전체 가구 수보다 1300만이나 많다. 가구 수 대비 가입자 규모는 손꼽히는 세계 수준이지만 가입자당 매출(ARPU)은 아시아권 최하위다. 가입자가 많은 데도 콘텐츠사업자(CP)에 대한 PP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나눠 주는 플랫폼 사업자나 받는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PP까지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계가 처음부터 오늘날처럼 투명한 건 결코 아니다. 1988년 해외 영화사가 국내 직접 배급 움직임을 보이자 영화계는 항의의 뜻으로 할리우드 영화 상영 극장에 뱀을 풀어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던 영화계가 이제는 시장점유율 50%를 상회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영화 선진국이자 가장 투명한 영화 시장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한국영화의 질 수준 향상 결과지만 동시에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에 따른 시장의 투명성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 유료방송 수익 배분이 처음부터 불투명하진 않았다. 1995년 케이블TV 개국 당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PP가 기본채널 패키지 가격 1만5000원에 가입자 매출 기준 32.5%의 배분 비율을 합의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정부가 2008년 SO 재허가 심사에서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의 25%를 PP 프로그램 사용료로 배분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아직까지 케이블TV, 위성방송이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IPTV는 시장에 진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ARPU가 25년 전 케이블TV 개국 당시 1만5000원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IPTV PP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비율은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의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케이블TV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PP는 모른다. 케이블TV와 IPTV 간 배분 비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차이가 나야 하는지를 모른다. PP는 우려한다. 15%를 배분하는 IPTV가 25%를 배분하는 케이블TV를 인수하고 배분 비율이 하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한 정부의 승인 절차는 마무리됐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대한 결론만 남은 상황이다. 방송 산업 전반의 상향 평준화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업계의 일원으로서 환영의 뜻을 표하고 싶다. 동시에 콘텐츠업계 기대도 전하고 싶다. 영화 산업 전반의 투명성이 한국영화의 힘이 되고 있듯이 방송 시장도 공정하고 투명한 배분 구조 위에서 방송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PP는 바라고 있다.
김문연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협회장 pp@kb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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