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1972년생 쥐띠 동갑내기다. 두 오너는 백화점·면세점·패션 등 사업 다방면에서 직접 맞부딪치고 있는 만큼, 경자년(庚子年) '흰 쥐의 해'를 맞아 이들의 맞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경영권을 쥐고 있는 정지선 회장은 올해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 확장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0'의 원년인 만큼 공격적인 사업 행보가 점쳐진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한섬에서 자리를 옮긴 김형종 신임 대표가 방향키를 잡고 사업 확장에 나선다. 김 대표 역시 1960년생 쥐띠 CEO다. 올해는 판교점 매출 확대와 내년 초 문을 여는 여의도점 출점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과 남양주점도 연내 개점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반대로 쥐띠 CEO인 장재영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와 자리를 맞바꿨다.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인터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차 대표에게 핵심 사업부의 지휘봉을 새롭게 맡겼다.
무엇보다 올해는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고된다. 지난 3분기 누적기준 현대백화점 순매출액은 1조4084억원으로,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순매출 1조1275억원을 앞선다. 신세계는 인천점 철수 영향으로 매출이 11.3% 줄었다.
그러나 공시상 수치가 아닌 실질 매출로 비교하면 양사의 격차는 근소하게 좁혀진다. 별도법인인 대구 신세계와 광주 신세계의 3분기 누적 매출은 각각 1374억원, 1103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신세계 백화점사업 매출은 1조375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세계만 아울렛 매출을 분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위 자리는 기준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형국이다.
정유경 사장의 신세계 완승으로 끝난 듯 보였던 면세점 사업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동대문 신규 출점으로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과 강남점 등 신규점 효과로 3분기까지 사상 최대치인 2조259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면세점 매출은 5617억원에 그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정지선 회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동대문 두타면세점이 철수한 자리에 신규 사업권을 획득하며 추가 출점에도 성공했다. 기존 두타면세점 연매출이 7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매출 규모가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패션사업에서도 정면으로 맞붙는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모두 두 오너의 각별한 관심 아래 매출 1조원 규모의 알짜배기 사업으로 성장한 만큼, 올해도 여성복 시장에서 각축전이 예고된다. 뿐만 아니라 현대리바트가 선점한 리빙 시장에 신세계 까사미아가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1972년생 쥐띠 동갑내기 유통가 오너의 치열한 수싸움이 올 한해 이어질 전망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