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댓글과 실시간검색어 임의조작을 금지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드루킹 사건'으로 촉발해 '조국 사태'로 정점을 맞은 포털 규제법이 7부 능선을 넘는다.
2일 국회와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법안소위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합의했다.
합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는 부당한 목적으로 단순반복작업을 자동화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서비스를 조작하면 안 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는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누구든지 타인 개인정보를 활용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서비스를 조작하면 안 되고 이를 어길시 3년 이하 3000만원 벌금에 처한다.
야당 측이 주장하던 규제 강도는 합의를 거치며 다소 완화됐다. 제출된 법안의 일부 항목이 위헌 논란을 일으킨 만큼 최종통과를 위해 내용을 가다듬은 것이다.
당초 논의되었던 사업자와 이용자 책무에 '여론형성을 목적'으로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부당한 목적'으로 바뀌었다.
사업자 처벌조항은 빠졌다. 이용자 조작에 대응해 기술·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업자 의무는 포함됐다. 국회 과방위는 새해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총선을 앞두고 포털에 대한 압박이 구체화 되는 분위기다. 포털은 지난해 뉴스 댓글과 실검 서비스를 대폭 개편했다. 인터넷 업계는 자율적으로 댓글과 실검 정책 개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법·제도 규제 시도가 이어져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댓글 부문은 포털이 매크로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책임을 묻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댓글 시스템에서 자동 프로그램 진입을 막는 완벽한 방법은 댓글 서비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면서 “과도한 법·제도 규제는 포털 활용도를 낮추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은 모호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자칫 시장을 더 어지럽힐 수 있다"면서 “기준을 누가 정할지, 또 사업자들이 24시간 이용자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하지 않은 개념으로 의무가 부과되면 사업자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이용자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댓글과 실시간검색어 서비스 일부를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했다. 카카오와 다음은 지난해 10월 연예뉴스에서 댓글 서비스를 아예 막았다. 이어 12월 인물 관련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기능을 폐지하고 올해 2월에는 기존 실검 서비스도 그만둘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 자사 실검서비스를 연령대별로 제공한데 이어, 이벤트·마케팅 검색어에 대한 필터링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명예훼손, 욕설 등 악성댓글을 찾아서 내용을 노출하지 않는 '클린봇'도 지난해 서비스 전면에 적용했다.
네이버는 앞서 2018년 10월부터 댓글제공 여부부터 노출기준을 언론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 댓글선택제를 시행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뉴스 편집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 올해 4월 부터는 매체에 지급하던 전재료를 없애고 광고수익 배분으로 정책을 변경하는 등 뉴스 관련 사업에서 순차적으로 손을 때고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