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결제 종속 우려가 확산되자 세계 각국 정부가 강력 규제안을 꺼내들었다.
QR결제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결제 플랫폼이 독과점 형태로 동남아 내수 소비 행태를 바꾸면서 외화 유출 차단에 나선 것이다. 관광 국가를 중심으로 QR결제를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6월 베트남에 이어 작년 5월 네팔, 미얀마도 중국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자국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 정책을 꺼내들었다.
이 같은 정책 도입 빌미는 '제로 달러 투어리스트'가 제공했다. 소비가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해외 여행시 현지 화폐나 카드 등을 사용하지 않고, QR결제 등 중국 플랫폼만 사용하는 행태가 급증했다. 실제 중국 관광객이 현지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관광버스를 이용하고, 중국인(화교 등)이 운영하는 상점에서만 QR 기반 소비행위를 하는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브로커 등이 중간 정산을 변칙으로 해주거나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다양한 면세 혜택을 누리는 비상식적인 소비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결제 플랫폼 종속을 위해 최근 인프라 확대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어 디지털 종속 우려까지 제기됐다.
제로 달러 관광은 중국 관광객이 목적지에 등록돼 있지만 중국인들이 소유한 회사로부터 값싼 관광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들 패키지에는 중국 여행사와 연결된 상점, 호텔, 식당에 대한 긴밀하게 계획된 여행 일정이 다수 포함된다. 그 과정에서 변칙 QR결제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자 동남아 국가 위주로 QR결제 규제에 나섰다.
최근 미얀마 정부는 관광부 장관 명의로 자국 기념품 가게에 현금으로만 관광객과 거래할 것을 지시했다. 미얀마 중앙은행(CBM)도 작년 10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에 대한 디지털 지불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제로 달러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다곤 시내 흐링 타리아르 동다곤시, 피플스파크 등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가 조사를 받았고, QR결제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실행됐다. 미얀마 정부는 “매출에 대한 상업세 부과를 감독하고, 투명한 세금 감독을 위해 관계 당국과 협상도 마쳤다”고 밝혔다.
중국 디지털 결제 부문 종속을 우려해 강력한 규제안을 꺼내든것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또 자체 QR 등 표준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과 네팔도 중국 QR결제를 일부 지역에서 중단했다.
중국형 소비가 포함된 관광 운영 방식으로 지역경제가 혜택을 받지 못하고, 많은 세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 세수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가 나오자 중국 정부는 물론 관광 여행사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광 가이드인 U판민은 온라인 결제를 통제하거나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의 온라인 결제를 인위적으로 막는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브로커를 통해 변칙 QR가 확산되고 있지만,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중국 QR를 쓰는게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점주는 “결제 대금도 바로 주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받고 있어 오히려 한국 정산기관을 통하지 않으니 편리하다”며 “불법이란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고 설명했다.
자칫 이 같은 디지털 종속 우려가 또다른 디지털 부문으로 확전될 우려도 높다.
중국 정부는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자국 사용을 차단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제로페이 등 QR결제를 정부가 권장하고 있지만 표준화 문제나 국제 규격 호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조속히 디지털 지불결제 부문 국제 표준 문제를 논의하고, 특허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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