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동안 데모와 가능성 위주로 발현한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새해 실용단계로 접어든다.
정석근 네이버 서치앤클로바 AI 사업 책임리더는 올해를 기점으로 AI 사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치앤클로바는 네이버 AI 전략 최선봉에 서있는 사내기업(CIC)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약 1000여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규모 AI 조직이다.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가 서치앤클로바 대표를 겸임한다.
정 책임리더는 지금까지 '신기한 요술상자' 정도로 인식되던 AI가 실생활 곁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했다. 매출보다는 서비스 사례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각 사업 분야가 필요에 의해 AI 사용자경험(UX)을 다듬는다. 정 책임리더는 “AI 사업에서 '좁고 깊게' 들어가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클로바에서는 'AI콜'이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이 기술은 클로바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해 고객 음성데이터에서 문자를 추출한 후 자연어 처리(NLP)와 대화엔진을 통해 질문 의도를 이해한다. 이어 사업주가 등록한 스마트플레이스 정보 중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자연어 처리로 문장으로 다듬는다. 정리된 답변은 음성합성기술(Clova Voice)을 거쳐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문의에서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은 0.2초다.
정 책임리더는 “질문 종류와 범위를 좁히면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예약·주문, 은행 콜센터 등 답이 정해진 고객대응 효율을 AI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미 금융, 전자, 모빌리티 생태계와 협업해 각 분야에 맞는 서비스 사례를 확대한다. 클로바 음성 어시스턴트는 토요타, 닛산, 포드 자동차와 LG전자 가전, 그리고 통신사 셋톱박스에 쓰인다. 올해는 외부 협업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제품 본질에 깊이 관여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열지 않고 내부에 어떤 품목이 들었는지 파악하는 식이다.
네이버 자체도 올해 사업화가 가능한 AI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는다. 실생활에서 쓰임새가 높은 제품이다. 출시를 예정한 '램프'와 '클락'에서 네이버 AI 상품화 방향성이 보인다. 램프는 종류와 제품에 상관없이 텍스트를 합성음성으로 변환하는 탁상형 조명장치다. 정교한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활용해 소설책은 물론 그림과 텍스트 배치가 개성적인 동화책까지 상황에 맞게 소화해 읽어준다. 아동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환자의 독서를 돕는다.
클락은 시계형 제품에 클로바 AI 서비스를 담았다. 날씨, 일정 등을 전달하는 진일보한 비서형 AI스피커다.
정 책임리더는 “지난해 AI를 상품과 서비스로 만드는 업무방법론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면서 “올해는 더욱 사업화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AI 국가전략에 대해 높은 점수를 내놨다. 국가가 방향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것이 현장에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데이터·클라우드 활용도를 높이는 입법이 이뤄지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급 개발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도 강조했다. 기존 개발자를 재교육 시켜 실용 AI 서비스 개발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계획으로 통계, 수학, 데이터모델링 과학자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책임리더는 “네이버도 후발주자 수준을 넘어 자체 서비스와 융화된 AI 서비스를 만드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에서 충분히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