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의 총선 시계가 빨라졌다. 새해 시작과 동시에 잇따른 다선 의원 불출마 선언에 이어 탈당과 창당, 정계 복귀와 통합 이슈가 정계를 흔들고 있다. 여당 '수성'과 야당 '역전', 군소정당 '약진'이라는 목표가 서로 얽히면서 총선 승리 셈법과 전략은 복잡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4·15 총선의 목표를 150석 과반 확보로 잡았다. 21대 국회에서 수적우위를 확보에 입법과 국정 주도권을 잡고 오는 2022년 대선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당은 새로운 인재영입과 다선의원 불출마를 통해 세대교체와 새 정치 이미지를 키운다. 최근에는 실거주 1주택 공천기준을 세우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 법안과 남은 민생법안 처리로 총선을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설 전에 민생입법 숙제를 일단락하기 위해 전력하겠다”면서 “총선에서 국민 앞에 겸손하게 평가받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을 총선까지 끌어간다. 새해 첫 주말인 5일에도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에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6일에는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한 방미특사단을 파견, 안보 이슈를 제기한다. 당 바깥 정치인에게도 재입당 문을 열어 보수대통합을 추진하는 등 범보수 진영 세력 확장을 꾀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3일 “철저하게 바꾸겠다. 혁신하겠다”면서 총선을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그동안 과반의석 확보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부터 예산안, 패스트트랙 법안 등 모든 부분에서 한국당 반발에 부딪혔다. 수적우위를 확보해 현 정부 하반기 국정을 지지한다는 복안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민주당 주도 4+1 협의체로 인해 고전했던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과반의석을 차지한다는 목표다.
양당 모두 혼자 힘만으로 150석을 확보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두 당은 지난 4년간 실정에 따른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기부양책과 대북정책이 생각만큼 효과를 거두기 못한 점이 부담이다. 한국당은 공세의 칼은 쥐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소수 정당도 21대 총선을 통해 약진을 꿈꾸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바른미래당은 원내 3당 재입성을 목표로 세웠으나 유승민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5일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한 것이 약점이다. 안철수 전 의원이 정계 복귀를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안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미지수다. 정의당은 연동형비례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다수 배출을 기대했으나 한국당이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변수가 커졌다.
4·15 총선까지 남은 100일 동안 이합집산이 일어나고, 특정 정당보다는 범보수와 범진보 간 표심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한국당이 재입당 문을 열고 보수대통합을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 이슈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명절 민심과 창당 효과를 고려한다면 당 통합을 위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2016년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도 설 전인 2월 2일에 창당 시기를 잡았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