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다운사이징 밴, 금융위원회의 이상한 유권해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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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 시장에서 다운사이징 밴 도입·확산을 놓고 유관업계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원인이 어정쩡한 정부 유권해석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가 일종의 법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유권해석을 변경하면서 오해와 반목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가 내놓은 유권해석 내용을 놓고 카드업계와 밴 업계가 자의적으로 해석, 공방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밴 업계는 심지어 검찰 수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위는 민간이 알아서 할 일 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하루 평균 수천억원의 자금이 오가는 금융시스템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눈을 감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역풍을 맞은 대형 카드사 봐주기가 아니냐는 질타도 이어진다.

실제 금융당국 다운사이징 밴 유권해석문을 본지가 입수, 분석해 보니 입장은 수시로 변한다.

2016년 6월, 금융위는 다운사이징 밴 도입에 대해 사실상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회신을 한다. 밴 업계는 당시 삼성카드와 홈플러스 대상으로 특정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낮춰 주는 행위가 여전법 위반으로 제제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물었다.

다운사이징 밴 도입으로 삼성카드가 밴 수수료를 낮춰 그 절감분을 홈플러스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게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실제로 적격비용 절감요인이 없다면 신용카드사의 대형가맹점에 대한 부당한 보상금 등 제공 및 부당한 수수료율 차별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문구만 보면 다운사이징 밴 도입으로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금전적 효과가 나타났다면 부당한 보상금 제공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카드업계는 밴 업계가 질의한 내용은 다운사이징 밴 관련 내용이 아니고 수수료율 인하만을 놓고 이야기된 부분이며 적격비용 산정문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삼성카드와 코세스는 대형가맹점 거래를 다운사이징 밴으로 전환한다.

2017년 9월, 금융위원장 주제로 카드사 CEO간담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삼성카드는 다운사이징 밴 허용을 요구했다. 이 때 또다시 금융위는 여신금융협회에서 요청한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모호한 내용의 답변을 회신한다.

협회는 신용카드업자가 기존 밴 중심 결제 방식을 간소화하고 가맹점이 간소화된 결제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현행 여전법 취지에 위반되는 지 금융당국에 입장을 물었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신용카드업자와 신용카드 가맹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래에 부가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다운사이징 밴 도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내났다.

다른 유권해석을 통해서도 금융위는 부가통신사업자(밴사)가 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한 서비스 제공 축소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밴 수수료 절감액을 반영할 수 있다고 답변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전, 대형카드 가맹점의 부상한 보상금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형카드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남용을 막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다운사이징 밴 도입에 대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리지 못해 시장 혼선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위의 이 같은 모호한 결론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제대로 된 검사 한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와 밴 업계 모두 금융당국이 다운사이징 밴 도입, 확산에 정확한 지침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금융위의 자의적 법 해석으로 유관 업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다운사이징 밴 관련 금융위 유권해석 변경 이력(자료-본지 취합)

[해설]다운사이징 밴, 금융위원회의 이상한 유권해석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