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휴대폰 분실·도난 보험금(보상가격) 산정 기준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협의·결정한 '출고가'가 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통사가 고객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출고가보다 낮게 단말기를 판매했다 하더라도 분실 보상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이 휴대폰 보험계약과 이통서비스 판매에서 '단말기 출고가'의 법 정의 및 개념을 처음으로 규정했다.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SK텔레콤이 2013년 한화손해보험을 대상으로 휴대폰 분실 보험금 130억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SK텔레콤에 최종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단말기에 대해서는 2개 소매가격이 존재한다”면서 “하나는 소비자가 특정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하며 단말기를 구입할 때 지급해야 하는 가격(실제 판매가)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그 외에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가격, 즉 제조사와 이통사가 '출고가'라는 명칭으로 공표한 가격”이라고 정의했다.
분실보험금 지급 기준과 관련 단말기 실제 판매가는 새로운 이통 서비스 약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단말기 자체에 대한 보상은 출고가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단말기 시장에서 장려금은 특정한 내용의 이통 서비스 약정을 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된다”면서 “이통 서비스 약정을 새로 체결하지 않고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단말기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공개된 거래 기준가격인 '출고가'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으므로 분실·도난 보험금은 출고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한화손보가 SK텔레콤이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렸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행위가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양사 간 소송은 2012년 휴대폰 출고가 부풀리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가 원인이 됐다. 공정위는 이통 3사와 제조사가 장려금 지급을 고려해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려 산정하는 관행을 적발, 총 45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그러자 한화손보는 SK텔레콤이 부당하게 산정된 출고가를 기준으로 단말기 분실·도난 보험금을 허위·과대 청구했다며 보험산정금(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SK텔레콤은 130억원 규모를 정상적으로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6년 동안 변론을 펼친 끝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로 출고가 정의와 보험계약에서 출고가 의미가 명확해졌다. 향후 단말기 가격을 둘러싼 다른 분쟁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고 법조계는 내다봤다. 휴대폰 분실·도난 보험은 2008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
김경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6일 “대법원 판결로 휴대폰 출고가의 의미가 분명하게 정의됐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세계 유수 보험사와 이통사 간 계약과 관련해서도 판례를 찾기 어려웠던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판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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