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총 2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구축하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에 우리나라 시그넷이브이의 충전기가 대량 투입된다.
시그넷이브이가 공급하는 물량은 초급속 충전기 1000기가 넘는 규모로, 금액만 600억원이 넘는다. 지금까지 수출된 국산 충전기 제품 중 역대 최대다.
시그넷이브이는 폭스바겐 자회사 EA(Electrify America)가 미국 내 추진하는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2차 구축사업(Cycle 2)에 공급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EA 입찰 평가에는 세계 충전기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스위스 ABB를 비롯해 에파섹(포르투칼)·비티씨 파워(미국) 등이 참여, 시그넷이 가장 많은 물량을 따냈다.
초급속 충전기 150㎾·350㎾급 두 가지를 합쳐 최소 1000대 이상, 수주 금액만 최소 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국내외 입찰 중에 최대 물량이면서, 국내 단일 수출 물량 중에도 가장 많다. 시그넷은 사업파트너인 일본 마루베니상사와 2020년까지 미국 내 도심 위주로 초급속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350㎾급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 60㎾h급 전기차의 경우 5분 충전만으로 100㎞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출시된 충전기 중에 가장 높은 사양이다.
EA는 2016년 6월 미국 환경청과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관련 법정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미 정부와 합의해 만든 자회사다. 폭스바겐은 미 정부와 합의에 따라 배터리 전기차(BEV) 보급 확대를 위해 2027년까지 총 20억달러(한화 약 2조3350억원)을 투입해 공용 충전인프라와 관련 교육프로그램 사업을 추진한다.
EA는 1차(Cycle 1)로 2019년까지 미국 17개 대도시와 39개주를 지나는 고속도로 위주로 충전소를 구축했다. 2차 사업(Cycle 2)은 애틀란타·피닉스·라스베가스 등 대도시를 포함한 18개 지역에 도심형 기반으로 초고속 충전소를 구축하게 된다. 시그넷이브이는 이미 1차 사업에서도 약 400기의 150㎾급 등 다양한 형태의 충전기를 수주한 바 있다.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대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폭스바겐의 EA 사업에 참여해 두 차례 연속 대규모 충전기 공급 입찰을 따냈다”며 “초급속 충전기술과 충전통신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확보한 경쟁력이 이번 업체 선정에 주효했고, 일본 마루베니와 협업을 통해 충전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시그넷이브이의 초급속 충전기는 국내 업계 최초로 초고압 충전을 위해 냉각장치가 적용된 수냉식 케이블을 적용, 에너지효율과 초고압·고전류 충전에 따른 안전성을 높였다. 이는 충전케이블 내부에 냉각 기술을 적용해, 초고압 충전에도 충전 케이블 두께를 늘리지 않고도 안정적인 충전 성능을 발휘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