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단일 점포로는 국내 백화점 중 최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1조8000억원대로 주춤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이번에도 1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신세계의 명품 강화와 점포 대형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7일 신세계에 따르면 강남점은 지난해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1조8030억원 대비 매출이 10%가량 뛰었다. 국내 백화점 시장 성장률이 1%대인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일본의 이세탄과 프랑스 라파예트, 영국 해롯 등 글로벌 유수 백화점과 매출 규모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쟁사와 격차도 더욱 벌렸다. 2015년 1조3000억원에 머물던 신세계 강남점 매출은 이듬해 신관 증축 리뉴얼을 통해 영업면적을 55.8% 늘린 이후 본격적 성장궤도에 올랐다. 2017년 매출 1조6620억원을 거두며 40여년 만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전국 1위 백화점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을 2000억원 가량 앞질렀다.
롯데 본점은 2018년 매출 1조7465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800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신세계와 업계 2위 자리를 다투는 현대백화점은 최대 점포인 판교점 작년 매출이 9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국서 매출 1조원을 넘는 백화점은 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과 롯데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등 5개로 현대백화점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성장세는 '초대형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신세계는 지역 거점마다 압도적 규모를 앞세운 1등 전략을 고수했다. 백화점 3사 중 점포수는 가장 적지만, 대형화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경쟁사 수요를 흡수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광주에서도 지역 선두 백화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명품 경쟁력 역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다. 신세계 강남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약 40%로 일반 점포 평균(10%)의 4배를 넘는다. 특히 2030대 젊은 고객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49.2%에 달한다.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구찌·프라다·발렌티노는 여성·남성·슈즈 3개로 나눠 총 12개의 별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명품 카테고리별 풀 라인업을 구축한 유일한 곳이다.
기존 브랜드 위주의 매장구성에서 상품위주 체험형 매장형태로 바꾼 것도 인기 비결이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전문관 시스템은 특정 장르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품목별 편집매장 형태로 꾸린 형태로,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했다.
경쟁사 움직임도 바빠졌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9월 리빙관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1층에 명품 MD를 강화하는 등 프리미엄 점포로 전환하기 위한 대대적 개편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명품 강화를 중점으로 한 대규모 MD 개편을 1분기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국내 최초 연매출 2조를 달성한 강남점은 이제 글로벌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위용을 갖추게 됐다”면서 “국내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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