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사업 부진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휩싸여 소주 사업까지 부진한 롯데주류가 실적 반등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단행한 정기임원인사에서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분 대표가 음료와 주류 통합 대표를 맡은 뒤 실적 부진을 탈피하고 반등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 1일 종량세 시행에 맞춰 맥주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 출고가를 조정한데 이어 소주 '처음처럼'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맥주 출고가 조정은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소주 가격 할인 이벤트는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소주의 경우 대형마트 등에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쿠폰 할인 행사나, 번들(패키지) 제품 구매사 소정의 경품을 지급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롯데주류는 2개 이상 구매 고객 전원에게 가격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롯데주류는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CU를 제외한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처음처럼 360㎖ 병 제품을 2개 동시 구매시 3300원에 판매하는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편의점은 점포별 지리적 요인 등을 고려해 자체적인 가격 정책을 펼쳐 점포별 처음처럼 판매가는 상이하지만 기본 1800원으로 책정돼 있다. 2개 동시 구매해 할인 받을 경우 병당 150원, 총 3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번 행사는 롯데주류가 작년 일본 불매운동 진행됐던 하반기 1차례 진행한 바 있으며 새해를 맞아 2번째로 진행되는 것이다.
롯데주류는 해당 할인 이벤트는 회사 자체 할인 행사가 아닌 편의점 업체의 자체 행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에서 동시 진행되는 점을 미뤄볼 때 롯데주류에서 판매장려금 등을 통해 이벤트를 지원해줘 가능한 할인 이벤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휩싸이며 판매가 급감하자 가격 할인 이벤트로 판매량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박스 단위 구매 고객에게 계열사 온라인 적입금 'L-포인트' 적립 쿠폰 제공 이벤트도 진행했다. 400㎖ 페트 8병입 1박스는 480포인트, 640㎖ 20병입은 2000포인트의 L포인트를 적립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롯데주류는 종량세 전환에 맞춰 클라우드와 피츠의 출고가도 인하했다. 클라우드는 캔맥주 500㎖ 기준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는 캔맥주 500㎖ 기준 1690원에서 1467원으로 각각 인하했다. 병은 클라우드가 500㎖에 1383원에서 1308원으로 인하됐다. 기존 맥주 과세 기준은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 술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되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주류의 이 같은 행보가 일본 기업 오명 등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가격 할인, 적립금 지급, 출고가 인하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 혜택을 확대해 경쟁 제품으로의 이탈을 막고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대표이사 변경 이후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다만 가격 할인 이벤트 등은 업계의 과당 경쟁과 출혈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