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 혈관인 데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할 '데이터 3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우리나라가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데이터를 수집·축적·환원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빅블러'(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250억대에 이르는 IoT 네트워크에 한국 데이터를 심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지난해 국가 전략을 마련한 AI와 연계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도 제거된다.
국회는 9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1년 넘게 계류된 데이터 3법을 통과시켰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법안으로 꼽혔다.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는 데이터 3법이 AI 국가 실현 기반이라며 줄곧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산업계 역시 미래 산업의 원유는 데이터라면서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등을 여러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법이다.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한 정보를 동의 없이 금융·연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온라인상 개인정보 관리권한 담당 업무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3개 법안은 2018년 11월 발의됐지만 이후 1년 넘게 진통을 겪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수차례 데이터 3법 개정을 논의했지만 여야 정쟁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한국이 데이터 3법 계류로 주춤한 사이 해외 주요 국가들은 데이터를 여러 산업에 접목하며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했다. 제조부터 모빌리티·인프라 등 모든 영역에 데이터를 혈관으로 활용, 엄청난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국회는 산업계 요구가 확산되자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개최에 합의하고 이날 오전 법사위에서 의결했다. 이어 늦은 저녁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참한 상태에서 본회의를 열고 데이터 3법을 최종 처리했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융합에 따른 혁신 서비스 발굴이 가능해진다.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를 많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마이데이터와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중금리대출, 소액신용대출, 소상공인 컨설팅 등 금융서비스 외에도 유통·제조·바이오 등 후방산업 실핏줄이 연결되고 데이터 혈류를 자양분으로 하는 각종 혁신 융합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금융 산업 지형 변화와 이종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촉발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영국은 데이터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올해 19만8000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빅데이터 인력을 2022년까지 약 150만명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위치정보와 제조업 정보, 보험과 바이오 정보, 통신과 자동차주행 등에 산재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결합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헬스케어, 스마트공장, 핀테크 등 다양한 후방산업 고도화도 예상된다.
업계는 데이터 3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해외 데이터 강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면서 “추후 업계 의견을 두루 수렴, 정책 효과를 높이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표]데이터3법 주요 내용(자료-본지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