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 야넬힐에서 시작된 산불은 조그만 불씨에서 시작해 거대한 불길로 번지기 시작한다.
야넬힐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미국 최정예 소방대원으로 구성된 '그래닛 마운틴 핫 샷'이 출동한다. 핫 샷 팀은 화재 최전방에서 불의 근원지를 차단하는 게 임무다.
불에 탄 곰이 질주하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무섭게 묘사된다. 산불 진압은 치밀한 작전이 필요한 전투와도 같다. 전투를 쉴 때는 이미 전소된 안전지역에서 대기하다가, 맞불로 저지선을 구축한다. 불길은 어디로 갈 지 예측하기 어려운 거대한 공격으로 다가온다.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여의도 면적의 4배에 이르는 33㎢를 불태우고, 이재민 500명 이상을 발생킨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야넬힐 산불' 실화를 소재로 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정예 소방대의 용기와 희생이 주는 감동 이면에는 산불의 무서움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수많은 나무와 자연 경관이 단숨에 소실된다. 가을, 겨울 등 같은 건조한 날씨에는 나무와 식물이 땔깜이 돼 순식간에 대지를 태워버린다. 화재 진원지로 진입도 어려워 헬기가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호주 산불로 400만 헥타르 이상, 서울시 약 70배에 이르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고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불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담뱃불 또는 속초 산불처럼 전기 스파크 등 인간의 실수 또는 번갯불과 같은 자연발화현상이 첫 불씨를 제공하지만, 자연환경의 변화와 결합해 무섭게 번져 나간다.
호주 산불의 주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남반구인 호주는 12~2월까지가 여름인데, 봄에 해당하는 지난해 9월초부터 30도가 넘은 데다 12월에는 45도에 이르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대지가 달궈졌다.
호주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인데, 기온까지 높아지며 땅이 극도로 건조해졌다. 호주의 주력 에너지인 석탄 산업은 기후 변화를 가속화했다.
우리나라도 산불이 나기 쉬운 계절이다. 현재 과학기술로 산불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할 수 있는 한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다.
번갯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사람이 막기 어렵더라도, 담뱃불은 버리지 않도록 그나마 관리할 수 있다. 인위적인 불안요소가 없는지,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보다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 사회 협력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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