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마트산업노동조합이 노조 통합을 추진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겨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협상력을 키우려는 노조 측 움직임에 사측 부담감도 높아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7일 한국노총 계열 전국홈플러스노동조합에 노조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800여명에 달하는 전국노조 소속 조합원을 마트노조 산하로 편입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홈플러스홀딩스와 홈플러스, 홈플러스스토어즈 3개로 나뉘어 있던 각 법인을 홈플러스㈜ 하나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에는 4개의 복수노조가 운영 중이며, 대표 교섭단체인 민노총 산하 마트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한다.
앞서 마트노조 측은 임단협 주요 요구안으로 임금 18.5% 인상과 상여금 확대, 호봉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7.6% 감소한 상황에서 두 자릿수 인건비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으로 2019년 회계연도 실적 하락세는 더 컸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7.2% 임금 인상을 단행했던 만큼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해 11월 첫 본교섭에 돌입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대표 교섭단체인 마트노조는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조 간 구심점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같은 민노총 계열인 기존 홈플러스스토어즈 소속 일반노동조합과 공동교섭 대표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마트노조 소속 조합원 4000여명과 일반노조 소속 1200여명이 공동교섭단을 구성하고 회사와 재차 교섭에 들어간 상태다.
이어 지난 7일에는 한노총 계열인 홈플러스 전국노동조합에게 노조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2018년 출범한 전국노조는 아직 조합원이 800여명 수준으로 영향력이 미약하지만 본사 정규직 소속이 다수 포함돼 있는 만큼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부 '노노갈등'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도 읽힌다. 임단협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국노조가 배제됐다는 불만을 낮추려는 포석이다. 앞서 제3노조인 전국노조는 민노총 산하 제1·2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공동교섭단을 구성한 것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산재된 노조가 힘을 합칠 경우 홈플러스 경영 행보에 더 큰 차질이 예상된다. 설 연휴를 앞두고 추진한 홈플러스 강서점 등 의무휴업일 변경도 마트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여기에 스페셜 전환, 점포 풀필먼트센터(FC) 등 임일순 사장이 추진한 사업재편에 대한 노조 측 불만도 격화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인 민노총 산하 마트노조를 중심으로 노조가 결집되면서 홈플러스 측 입장도 무척 난감하게 됐다”면서 “한노총 계열인 전국노조가 민노총에 편입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통합 제안으로 대표 교섭단체로서 명분은 더욱 강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