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정치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협치내각 구상을 밝혔다. 야당을 겨냥해 정치권을 강력히 비판하는 동시에 대화·협력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날 임기를 시작한 정세균 국무총리에 관해서는 '책임총리'로 국정을 함께 운영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정치권 앞장서 국민 분열 조장”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을 분열 조장하는 건 옳지 않다”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민생경제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서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말로는 '민생경제가 어렵다'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한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국회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총선을 통해서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길 바란다”며 “누차 강조하다시피 손뼉을 치고 싶어도 한손으로 칠 수 없다. 협치의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조금만 손을 잡아준다면, 국민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어려운 경제와 여러 여건을 헤쳐 나가는 길”이라며 “현실적으로 지금 국회에서는 되기 힘들겠지만 지금 국회에도 남아있는 입법과제가 많은 만큼 최대한 유종의 미를 거둬주시고 다음국회를 통해서는 국회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책임총리 생각 변함없어”
대통령은 책임총리에 관한 굳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책임총리에 대해서는 늘 변함이 없다”며 “이낙연 총리에게도 책임총리 카테고리와 별개로 대통령의 외교를 분담해서 할 수 있도록 여러 번의 순방 기회를 드렸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매주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국정을 논의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 노력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기 국정 운영에서 협치내각 구상도 전했다. 정세균 총리가 밝힌 협치내각 구성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면서 후반기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한 복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인사를 정부에 입각시켜 여야가 초당적으로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총선이 지나고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만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내각제 연정과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몇 석 배석하거나 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체 국정철학을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목표와 방향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여러 차례 (제안)한 바 있고 통합의 정치나 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며 “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 대해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우리의 정치 풍토 속에서는 그 분들이 정부 내각에 함께 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정치적 기반에서는 배신자처럼 평가받게 되는 일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추진해도 '야당 파괴,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개헌 추진 동력 되살리는 것은 국회 몫”
개헌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두고는 “개헌은 정치의 구조, 사회를 근원적으로 바꿔내려는 우리 정부의 철학이 다 담긴 것이다. 다시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 추진 동력을 가지기는 어렵다”며 “개헌이 필요하다면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국회 몫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회에선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시기 공약 등을 통해 개헌에 대한 지지를 받는다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민들이 동의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더 많은 소통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더 많이 소통하고 협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질답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