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HDC아시아나항공'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피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이 아니라 인수 주체의 상호 변경을 신청했다. 양사 합병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합병하면 인수로 발생할 수 있는 지분 규제 문제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다.
14일 법원 등기소 등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되면서 자사의 상호를 'HDC아시아나항공'으로 변경하는 가등기를 신청했다.
가등기는 변경할 예정인 상호 선점을 위한 제도로, HDC아시아나항공의 가등기 유효 기한은 5월 17일까지다. 기한 내에 본등기를 마치고 관할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 변경 신청까지 끝내면 사명이 최종 변경된다.
현재 상호 변경 시점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뒤로 예상된다. 계약상 6월 27일까지 거래를 종결해야 하지만 HDC현산은 4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끝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의 HDC아시아나항공 사명 변경 추진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양사가 합병할 시 일거에 공정거래법에 따른 증손회사 지분 규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에어포트·에어서울은 지분을 100% 갖고 있지만 아시아나세이버(80%)·아시아나IDT(76.22%)·에어부산(44.17%)은 그렇지 않다.
'HDC→HDC현산→아시아나항공→증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가 되면 100% 미만의 회사는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이 된다. 이를 해소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세이버 등 3개사의 지분율 100%를 확보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계열사나 외부에 이들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
그동안 증권업계도 HDC그룹이 에어부산 등을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손자회사로 격상시키거나 그룹 내 다른 계열사 또는 외부에 매각할 수 있다고 분석해 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는 방안도 지분 규제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2년 동안의 유예 기간이 있어 HDC그룹이 고민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이 상호만 변경한 뒤 시간을 두고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할 수도 있는 것이다.
HDC현산은 10여명 규모의 '인수 준비위원회'를 꾸렸지만 아직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HDC현산 관계자는 “서류 등 필요한 준비가 끝나는 대로 기업결합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 계약금 10%인 약 328억원만 지불한 상태다. HDC현산이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확보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61.5%다.
HDC현대산업개발 가등기 신청 내용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