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남방 국가들과의 양자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필리핀과 양자무역협정을 타결·발효시켜 아세안(ASEAN) 상위 5대 교역국 중 4곳과 양자무역협정을 맺을 전망이다. 다만 말레이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진척이 더디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발효할 전망이다. 필리핀과는 상반기에 FTA를 타결할 예정이다.
양국과 양자무역협정을 맺으면 아세안 5대 교역국인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중 4곳과 양자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와는 이미 FTA를 발효했다.
우리 정부는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자유무역협정이 잇따라 성과가 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와 CEPA를 최종 타결했다. 필리핀과는 FTA 타결에 앞서 자동차부품 등 관심 상품을 우선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와 제3차 FTA 공식협상 이후 후속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협상을 타진하고 있지만 현 말레이시아 정권이 후속 협상 일정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핵심 국가 중 한 곳이다. 2018년 기준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로 교역이 많은 국가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와 FTA 추진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5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취임하면서 기류가 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다시 취임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자국 산업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말레이시아에 협상을 타진하지만 제4차 공식협상은 아직은 협상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신남방 시장 공략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말레이시아와 FTA 성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세안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양자무역협정 협상을 공세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일본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브루나이·필리핀·베트남 등 7개 국가와 개별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를 맺고 있다. 일본은 무역자유화는 물론 투자·인적자원의 이동·정부조달 등 사안을 포괄하는 EPA를 통해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실익을 고려해 협상 단계부터 높은 상품개방 수준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양자무역협정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기 협상부터 상품 개방 등 협정 내용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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