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방문한 두 명의 국립공고 학생은 앞으로 10년 후 어떤 분야가 가장 크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정원용(구미전자공고 3학년)·전민건(전북기계공고 2학년) 군은 국제 로봇올림피아드에서 각각 금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정원용 군은 유출된 기름을 자동으로 분리할 수 있는 군집로봇을, 전민건 군은 해변가에서 조난된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로봇을 출품했다.
두 학생의 CES 방문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했다. 성과를 격려하고, 4차 산업혁명 분야 글로벌 기술과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CES 박람회 참관 기회를 제공했다.
정 군은 “로봇 팔을 이용해 치즈를 녹여 그릇에 담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노력하면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앞으로는 사람이 하는 일, 직업 자체에 대한 인식과 개념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졸업을 앞둔 정 군은 이미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DS부문 설비엔지니어직으로 입사를 확정했다. 정 군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면서 창업에 나선 친구들도 여럿 있다”면서 “직접 창업하는 것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 군이 CES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업의 제품보다도 마케팅 방식이 저마다 크게 앞서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기업과는 달리 방문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외국 기업의 전시장을 보면서 신기술을 직접 체험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히 정 군은 스타트업 제품 가운데서도 “전기자동차 관련 충전과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제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면서 “CES에서 본 제품 가운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제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군은 로봇 하드웨어 제작에 대한 관심이 컸다. 현대차와 우버가 공동으로 개발한 도심용 개인 항공기 SA-1을 가장 인상 깊은 기술로 꼽았다. 전 군은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기업보다도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다”면서 “특히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고, 중소기업에서도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자신이 더욱 잘 해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두 학생 모두 국립공고 입학이 자신의 꿈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 군은 창작 동아리 활동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조성은 선생님을, 전 군은 진양우·양미라 선생님께 가장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군은 “새벽 서너 시까지 선생님이 남아 동아리 활동을 돕다가 다음 날 바로 출근할 정도로 강한 열정을 보였다”면서 “입학부터 졸업까지 후회 없이 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다만 기숙사 등 노후한 시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군 역시 “괜찮은 중소기업을 선생님들께서 먼저 발굴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추천해주고 있다”면서 “대기업 못지 않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