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를 금융지주사 한곳이 아닌 각 계열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복수 라이선스제를 검토한다. 은행, 카드, 보험사 등 지주 계열사 산하 금융사가 별도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중소 핀테크업체는 자칫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한 금융위원회가 여러 계열사에 복수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는 금융지주사 여러 계열사에 복수로 허용 가능한 것이 원칙”이라며 “요건을 갖춘 회사에 대해 개수 제한 없이 라이선스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계열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될 수 있다. 협업 사업 전개도 가능하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더라도 마케팅 목적 등으로 지주사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는 여전히 금지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체계에선 계열사간 고객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공유하거나 활용해선 안된다. 법령에는 '신용위험 관리 등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지주 계열사 고객 정보 융·복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형 금융지주사와 대형 핀테크 기업간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 경쟁이 올 상반기 본격화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에 계열사 라이선스 허용이라는 장벽을 완화한 만큼 마이데이터 빅블러 전선이 물밑으로 뜨겁게 진행될 소지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로 여전히 네이버·카카오페이, NHN의 페이코 등 빅테크 기업을 꼽는다. 이미 상당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금융지주계열에 버금가는 자회사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은 수입·지출의 통합 조회 서비스를 준비해왔고 향후 분산된 금융 정보의 통합 조회 및 금융 상품 비교 추천과 궁극적으로 자산 관리 영역까지 업무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전망했다. 마이데이터와 결합해 자산 관리 부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 라이선스 규제 완화로 중소 핀테크 스타트업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핀테크 분야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형 금융지주사 계열사가 복수로 뛰어들고, 빅테크들이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을 경우 자본력이나 규모에서 뒤처지는 작은 핀테크 기업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금융위는 1~2월 중 신용정보법 개정 내용 설명회, 전문가 및 업계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하고 3월 중 마이데이터 구체적 시행 방안을 발표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 동의 하에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각 금융기관에 흩어진 개인 정보를 모아서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신용과 자산관리 서비스,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과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고객 개인의 신용정보를 독점했으나, 앞으로는 고객이 요구할 경우 신용정보를 제3자인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의무 제공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법에 명시된 고유업무(본인 신용정보 통합조회), 부수업무(정보계좌서비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대리행사, 데이터 분석·컨설팅, 데이터 분석결과의 제 3자 제공), 겸영업무(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금융상품자문업) 등이 가능하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