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정보기술(IT) 전쟁터'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을 떠나 실리콘밸리에 도전한 이들은 부딪치고, 쓰러지고, 또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반복한다. 그들은 안전지대를 벗어나 불편한 곳에 몸을 던지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균관대 SW학과 학생 50여명과 교수진은 '2020년 SW학과 미국 글로벌 IT기업 연수' 일환으로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을 찾았다. 이들은 팀별로 34개 기업을 선택·방문하며 첨단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기업인과 토론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실리콘밸리 최대 한인 기업인 커뮤니티 'K그룹'의 박기상 회장(링크드인 엔지니어)은 “다양한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이너리그'라도 상관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알려지지 않은 작은 기업에 입사했다. IT 담당자도 없는 작은 기계 부품 기업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소프트웨어(SW)를 직접 배워 업무를 처리했다. 그는 “회사에서 나만 SW를 알았기 때문에 대표가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면서 “첫 직장에서 9년을 일하며 경험을 쌓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우버 드라이버'로 일했던 경험도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때 만날 사람도, 일할 곳도 없어지는 상황에 처해 우버 운전을 했다. 경험 덕분에 우버에 입사했다. 그는 “운전사로 일할 때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면서 “이는 서비스 개선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는 안정적인 '교수'의 길이 아닌 창업에 도전한 사례다. 그는 남들이 원하는 길이 아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난 뒤 남들처럼 교수가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몇몇 대학원 친구가 창업하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독자 기술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과정 연구과제였던 '적외선 분광기'를 바탕으로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통해 농식품의 품질을 확인할 수 휴대용 농식품 품질 측정기(분광기)를 개발했다. 민간은 물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군 등 공공 분야에서도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100여곳이 넘는 벤처캐피탈(VC)을 만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창업가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운틴뷰·팔로알토(미국)=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