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권 바로고 대표 “배민-DH 합병은 호재, 시장 2배 이상 커질 것”

이태권 바로고 대표
이태권 바로고 대표

“향후 5년 이내 배달 시장이 갑절 이상 커질 것으로 본다. 쿠팡이츠 사례처럼 다른 대기업도 계속 성장하는 이 시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태권 바로고 대표는 인터뷰에서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 합병을 업계 '호재'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배달대행 시장도 함께 3~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만약 배민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했다면 2조원 기업가치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이 시장이 한국에서는 명확하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영국 저스트잇은 배민 대비 볼륨이 작음에도 8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를 보면 국내 배달시장은 아직도 상당히 폄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 소식이 투자자들이 배달 시장을 보는 시각을 바꿔놨다는 관점이다.

배달 시장이 아직 역동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에서 먼저 상장한 '그럽허브'를 후발업체 '도어대시'가 역전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영국에 진출한 네덜란드 기반 '테이크어웨이'가 최근 역으로 저스트잇을 인수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짧은 시간에 특정 기업이 앞서갔다고 업계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우리 기업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면서 “우려보다는 업계 자율경쟁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륜차 배달 시장은 최근 배달 음식뿐만 아니라 생필품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이 대표는 “여태까지는 배달 대행이라는 국소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었다. 올해는 음식을 넘어 '라스트마일' 물류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면서 “이륜차는 가장 어려운 시장이면서도 확장성이 가장 넓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초미세 물류'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바로고 성과에 대해서는 10점 만점에 8점을 줬다. 바로고는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배달건수 1억건을 달성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다.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전년 대비 기업가치도 세 배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매출을 포함한 지표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계획한 것을 전부 이루지는 못했다”면서 “바로고만의 기업 문화 확립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고는 올해 내실 다지기에 힘을 준다. 기업문화 본격 육성에 돌입한다. 이 대표는 최근 중국 출장에서 유수의 중국 대기업도 알리바바 기업 문화를 닮으려 힘쓰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수백조원 기업 가치에도 알리바바 직원들은 열정적이고 주인의식도 굉장히 강했다”면서 “바로고도 많은 기업이 배우고 싶은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달대행 업체 간 단가 출혈 경쟁 관행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는 “배달대행 시장이 계속 커지는데 단가를 낮춰 계약 따내기에만 급급하면 라이더 수입이 낮아져 배달 질도 떨어지게 된다”면서 “이는 결국 상점과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업계 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어떻게 하면 상점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힘이 될 수 있을까를 본격 고민하는 원년”이라면서 “바로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라이더, 허브장을 함께 독려해 하나된 마음으로 변곡점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