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한 민간단체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미등록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민간 자격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정부정책 지원자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격증에 중기부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중기부는 최근 한 자영업 관련 단체가 수십여명에게 정부 등록 없이 '자영업지도사'라는 자격증을 무단으로 발급해 온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단체 회장 A씨와 단체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수사 의뢰에 앞서 중기부는 이 단체에 무단으로 중기부 명칭을 도용한 사실에 대해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당 사단법인에 대해서는 중기부 차원의 시정 조치와 함께 자격기본법 위반 혐의로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를 마친 상태”라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사단법인 등록 취소 등 후속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기본법은 민간자격을 신설·관리·운영하기 위해서는 절차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에게 등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중기부 등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해 9월부터 '자영업지도사'라는 이름의 자격증을 발급해 왔다. 이미 수차례 자격시험을 열어 현재까지 총 11차례 지도사 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응시를 위해서는 11만원의 회원 가입비와 함께 응시료 6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수백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단체는 다음달 1일에도 지도사 시험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 단체는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각종 정책자금 등 정부지원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비롯해 자영업지도사 추천비를 지급하고, 단체 상품에 대한 판매사업권과 CCTV와 빠른입금서비스 등 대리점권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자영업자를 유인했다. 모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영업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내걸었다.
이 단체가 제공하는 혜택은 담당 부처로부터 어떤 허가나 등록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공식으로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컨설팅이 유일하다.
소진공은 경영지도사 또는 기술지도사 등록증 소지자, 변호사·법무사 등 자격증 소지자 또는 소상공인 관련 업종별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하고 실무경험이 3년 이상인 자 등 자격요건을 갖춘 자들 가운데 컨설턴트 풀(Pool)을 구성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소진공 관계자는 “소상공인 역량강화사업 컨설턴트로 등록된 자 중 등급제 시행에 따라 최종적으로 우수등급을 부여받은 자로 구성하고 있다”면서 “소진공에서 실시하지 않는 컨설팅 사업은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자금 규모가 날로 증가하면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편법 행위가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당장 이익을 줄 것처럼 각종 혜택을 내건 단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에서도 정책자금 등을 미끼로 회원을 현혹시키는 일부 단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 부처에서 시정조치와 수사의뢰 등 조치에 나섰지만 피해 구제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실시되더라도 미리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이뤄지는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중기부로부터 최근 시정조치를 전달받은 이 단체 회장 A씨는 “중기부로부터 로고 사용 중단과 자격증 발급 중단 등 시정조치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서 “민간 자격증 등록을 신청했지만 승인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우선 조치에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다음달 예정된 시험에서는 교육 수료증을 발급하고 차후에 민간 등록이 승인되면 자격증을 발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