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 기간을 연장했다. 다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수 불발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공언했다. 항공업황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역으로 사업 확대를 위해선 최적기인 상황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12월 중 체결할 예정이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1월로 연기한 데 이어 2월로 한 차례 더 일정을 미뤘다.
제주항공은 “현재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연말연시, 설연휴 등의 영향으로 2월에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며 “시간이 부족했을 뿐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수 불발 등의 이슈는 없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공개매각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간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진행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인수에는 약 695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종 인수 금액과 제주항공의 자금 조달 방식 등은 실사를 끝낸 후 진행하는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확정한다.
애경그룹은 항공사업 확대 의지가 강하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공개매각에도 뛰어들었지만 금호산업과 가격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반면에 이스타홀딩스는 재무구조가 악화된 이스타항공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484.4%, 자본잠식률이 47.9%다. 지난해 항공업황이 반일 불매운동을 거치면서 더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로 2019년 여객 점유율은 14.17%다. 이스타항공(6.57%) 인수가 성사되면 합산 여객 점유율이 20.74%로 상승, 확고한 LCC 1위로 거듭난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풀서비스항공사(FSC)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빅3로 올라설 수 있다.
항공업황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 반일 불매 운동과 부정적 환율 영향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중국 노선은 물론, 항공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애경그룹이 항공사업을 확대하기엔 최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항공업황이 호황일 때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건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애경그룹에 항공업황이 불황인 지금이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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