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누적 주행거리 20만㎞를 넘긴 전기버스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전기차가 도입된 지 6년 정도라 아직까지 주행거리 한계치를 경험한 사례가 없다.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은 보통 10만~15만㎞ 알려져 왔다. 이번에 주행거리 20만㎞를 넘긴 다수의 차량이 나오면서 앞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감가상각 등 잔존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포 선진운수가 운행 중인 노선용 전기버스(33번·김포-정발산역) 다수가 누적 주행거리 20만㎞를 넘어섰거나 육박했다. 지난 2017년 4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선진운수의 전기버스 주행거리(누적)는 현재 20만863㎞를 비롯해 19만7773km, 19만231km, 18만4788km, 18만3862km, 17만3862km 등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가 20만㎞를 넘긴 최초 사례다.
이는 국산 배터리셀 기반의 배터리팩 온도 관리와 꾸준한 배터리 충·방전 상태 등의 차량 관리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기버스에 장착한 배터리팩의 에너지 크기가 클수록 배터리의 장수명 운영에 유리하지만, 배터리 제조사 기술력에 더해 리튬이온 이차전지 특성에 맞는 온도·충전 관리도 배터리 수명 유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 배터리는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셀로 완성됐다. 배터리팩 제작사인 피엠그로우는 배터리 온도관리를 위해 냉기를 배터리팩 내부에 유입시키는 강제 공냉식으로 팩을 설계해, 저비용 냉각시스템을 완성해 적용했다. 또 운행 중인 전기버스의 원격 관리가 가능한 통합관리시스템(TOC)을 구축해 배터리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이상징후 발견 시 즉시 조치 체계도 갖췄다. 여기에 6개월마다 배터리 잔존 용량을 점검해 차량 운행계획에도 반영하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노선 전기버스는 규칙적 운행으로 배터리 단셀 테스트 조건이 가장 가까운데다, 배터리 충전잔량(SOC)을 80%로 관리해온 게 주효했을 것”이라며 “당초 예상과 달리 장수명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에 맞게 열 충격 없이 상온에서 잘 운영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배터리팩과 충전인프라를 관리 업체인 피엠그로우는 누적 주행거리 30만㎞ 운행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호 피엠그로우 전무는 “20만㎞를 주행했음에도 배터리의 SOH(State of Health)가 나쁘지 않아 최대 30만㎞ 주행도 가능해 보인다”며 “다년간의 배터리 운영 데이터 등을 분석한 열해석 기술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선진운수는 김포에 위치한 선진버스를 포함해 계열사 4곳에 전기버스 90여대를 운행 중이다. 충전시설은 200, 300㎾급 초급속충전기 18기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은 중국 중통버스 제품을 기반으로 국산 배터리 시스템을 탑재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