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대 국가보조금 전기버스 시장...韓-中 허들없는 전쟁

올해 중국산 16종·국산 9종 자격 획득…국내 산업보호 기준 마련 필요

올해 국내에서 국가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전기버스가 중국산 16종, 국산 9종 등 모두 25종으로 확인됐다. 올해 정부의 전기버스 보급 물량은 650대, 시장 규모는 2600억원 수준이다.

정부가 약 16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중국산 전기버스(대형버스) 모델이 지난해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우리나라 국가 보조금이 중국 현지에서 제작된 차량에도 아무런 기준 없이 지원되는 만큼 우리도 중국처럼 국내 생산 배터리 채용 등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방문한 중국의 유력 업체가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공장.
본지가 방문한 중국의 유력 업체가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공장.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로부터 전기버스(대형버스 기준)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전기버스가 총 25종으로 집계됐다. 중국 내 전기버스 판매량 1위인 '비야디(BYD)', 상용차 시장점유율 1위 '포톤'과 '북경모터스'를 비롯해 중국산 차량은 16종이다. 이는 현대차 등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국산(9종)보다 약 두 배 많다. 중국산 차량은 지난해 9종에서 올해 16종으로 늘었다.

이들 차량은 환경부 보조금 최대 1억원(최소 7000만원)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저상버스 보조금 약 1억원, 지방자치단체별 추가 보조금 최대 1억원 등을 합해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통틀어 우리나라의 차량 당 구매 지원금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정부는 올해 전기버스 보급 물량을 650대로 설정했다. 국내 전기버스 출고 및 판매 가격은 차량 당 3억원 후반에서 4억원 초반대로, 공공 시장 규모만 24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보조금으로 약 1600억원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실제 버스 운수 업체들이 지불하는 구매 비용은 차량 당 1억원 안팎 수준이다.

업계는 추경 예산까지 합해 올해 전기버스 시장이 약 1000대 규모로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전기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약 두 배 늘어나는 데다 국가 지원 보조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만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시장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버스 당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고 있지만 기본 성능 시험 외 우리 산업을 보호할 시장 기준이 없다 보니 중국산 버스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우리도 중국처럼 현지 생산 배터리를 쓰게 하는 등 시장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7~2019년 국내 판매된 전기버스는 820여대다. 이 가운데 중국산 차량은 250대로, 시장점유율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표】환경부 전기버스 보조금 자격 획득 차량(자료 환경부)

※ ( )괄호안은 등록 모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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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