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들이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수주전에 뛰어든다. 불안한 업황에 자금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서울 동남권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핵심상권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날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사업주관자 모집 공고를 마치고 오는 5일 하루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 사업은 수서역 일대 철도부지 10만2208㎡에 환승센터와 업무·유통·주거단지를 개발하는 국내 최대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다.
현재로선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모두 참가 신청이 유력하다. 동남권 신도시와 강남권 배후입지를 지닌 노른자위에 대형 유통시설을 출점할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서역은 SRT 등 5개 철도가 교차하는 서울 동남권 최대 교통 허브인 만큼, 풍부한 유동인구가 보장된다. 특히 선정된 사업자는 기부채납 이전까지 최대 30년간 운영권도 보장받는다. 대부분 업체가 작년 10월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관심을 내비쳤다.
유통업체들이 공모 마감일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롯데·신세계·현대는 단독법인 또는 컨소시엄을 꾸려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입지조건이 좋다보니 신청은 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시장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내부적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계열사 시너지도 기대된다. 울산역 환승센터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도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이 주요주주로 참여했다. 특히 이번 개발사업은 공모리츠·부동산펀드 참여시 3% 가점을 부여하는 만큼 롯데리츠 활용 방안도 부각된다.
신세계 역시 국내 첫 민자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2016년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한 신세계는 1년 만에 방문객 3300만명을 유치하며 지역상권을 활성화했다. 신세계 측은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다보니 사업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과 전망이 모두 불투명해 참가 신청을 막판까지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민자역사 개발 경험이 없는 현대백화점도 이번 수주전에 참가할 전망이다. 실탄도 충분하다. 작년 사내유보금만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선 HDC현대산업개발 등 범현대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제는 불안한 업황이다.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0.9% 줄며 5년만에 처음 역신장했다. 대부분 신규 출점 대신 사업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수익성 개선을 선순위에 두고 대규모 투자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번 개발사업 역시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총 사업비만 6700억원이 책정됐다. 사업신청자는 출자회사 설립 자본금으로 최소 500억원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환승센터 주변 기반시설 조성도 민간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라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한화갤러리아와 AK는 고심 끝에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단은 5일 사업신청서 접수를 마치고 30일 이내에 평가를 완료해 사업주관자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