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플라스틱 카드로 만들어진다.
최근 제로페이로 지역 모바일 상품권 판매와 결제가 연동됐지만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카드로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농협은행은 내달 지역 모바일 상품권을 실물카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이원화한다. 현재 제로페이에서는 모바일온누리상품권과 다수 지역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중이다. 제로페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중장년층이 모바일 앱 사용에 익숙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웹케시와 농협은행은 수년간 바우처 카드사업을 함께 해온 경험이 있다.
아동급식비나 치료지원비 등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유사한 플랫폼을 제로페이에도 입히겠다는 것이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은 “어르신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흥원과 농협은행은 다음달 일반 카드처럼 긁어서 모바일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 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결제 방식도 일반 카드와 동일하다. 카드형 상품권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결과제는 남아있다. 플라스틱 제로페이 카드로 결제하면 일반 카드와 동일하게 밴(VAN) 대행 수수료가 발생한다. 대행 수수료 관련 진흥원과 밴사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수료율 책정 문제로 이견이 발생했다.
통상 바우처 카드 사업은 결제가 발생하면 0.2%의 밴 대행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진흥원은 제로페이 결제로 분류해 0.1%의 대행수수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업계는 동일한 카드 결제 대행인데 제로페이라고 해서 수수료율을 깎는 것은 역차별이자 시장 논리를 벗어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제로페이 상품권 카드 시스템을 독자 구축하는 건 농협 등이 보유한 바우처 카드 플랫폼과 동일해 이중 투자가 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밴사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을 이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굳이 제로페이 상품권 카드 시스템을 구축할 명분이 부족하다”며 “특정 금융사에 의존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수료율도 독자적으로 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진흥원은 수수료율 문제는 이미 밴사와 재협상에 돌입했고 조만간 완료될 계획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밴사와 수수료율 이견이 있었던 건 맞지만 밴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다시 재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사업은 제로페이 사각지대에 있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인 만큼 사업 주체 모두가 큰 이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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