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초저가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불러오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정작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수익성은 급감했다.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이마트는 올해 사업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511억원으로 전년대비 48.6%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는 예견된 결과였다. 온라인 채널로 이탈한 고객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초저가를 앞세운 출혈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출이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 매출액은 13조1548억원으로 전년대비 0.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확대 시행한 초저가 정책이 무색한 결과다. 2018년에는 영업이익은 23.3% 줄어든 반면 매출은 5.6% 늘어났었다.
매출은 그대로인 반면, 영업이익은 반토막 나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이마트(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1.9%로 전년(3.7%)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2017년 5.1%와 비교하면 3.2%포인트나 급감했다.
이마트 별도기준에는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전문점 실적이 포함된다. 그중 할인점 비중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이마트 할인점 기존점 매출이 3.4% 감소했다. 상시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과 쓱데이 등 초특가 행사를 앞세웠지만 대형마트 매출은 줄어든 셈이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국민가격 와인과 물티슈는 출시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11월 쓱데이 행사는 하루에만 매출이 71.0% 뛰며 집객에 성공한 듯 보였다. 당시 이마트도 “상시적 초저가 상품이 신규고객을 창출하고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단발성에 그쳤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로 늘어난 매출 효과를 계속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4분기로 진입하며 화제성도 떨어졌고, 포근한 겨울 날씨에 계절성 상품 판매가 둔화된 것도 외형성장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르면 다음주 작년 4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한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4분기에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다시 적자전환하는 셈이다.
올해 이마트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강희석 대표를 중심으로 초저가 정책을 세밀하게 재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초저가 상품을 통해 객수와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에서, 수익 개선과 집객력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구조조정과 MD구성을 병행할 전망이다. 최근엔 부진한 전문점 사업을 정리해 해당 재원을 할인점 신선식품 강화에 투입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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